4월이 시작되자 마자
콧물을 흘리던 시경은 아직까지 중이염으로 고생중이다.
덕분에 엄마, 시성, 나까지 덩달아 기침과 콧물로 온 집안이 바이러스 천국
특히 나는 전에 없던 건선까지 생겨서 조금 추접스럽기도 하다.
애써 거울을 외면하기도.
얼마 전, 아는 언니네 집에 놀러갔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언니가 주섬주섬
무언가를 가방에 넣어주길래 돌아와 보니 수분크림이었다.
고맙기도 했지만, 아 이 씁쓸한 기분이란.
전에는(언제라고 꼭 찝어 이야기 하기 어렵지만) 주말을 기다리곤 했는데
요즘 같아서는 주말보다는 평일이 더욱 좋고 월요일이 반갑다.
합리적인 남편님은 아이 때문이란 명목으로 대학원을 반학기 쉬기는 하지만
이런 저런 모임과 활동으로 바쁘다.
쿨하게 좋은 얼굴로 '다녀와'라고 하면 되지만 부글거리는 속내를 애써 숨기려 해도
前팀장님의 표현대로 '습자지'와 같은 얼굴이기에...
매우 공식적이고 건전하고
게다가 사회생활을 원할하게 유지하기 위한 (자의와 타의가 적절히 혼합된)
활동에 딴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 적잖이 꺼름칙하기 때문에
그저 눈꼬리만 치켜세우며 배웅할 수 밖에
카제인나트륨이 잔뜩 들어간 믹스커피를 진하게 마시며
남편을 원망하고 부러워만 할 게 아니라
내 자신을 위한 시간을 어떻게 갖을 것인지 곰곰히 고민해 보았다.
주말에 나도 고정적으로 4시간씩 운동을 할까.
영어 학원을 다시 다닐까.
아니면 묻지마 외출을 감행할까.
그래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진다.
아이도 남편도 소중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더 소중하다. 나를 더 돌아보고 내 시간을 갖도록 노력해보자.
-라고 다짐하고 있는 중인데.... 시성이가 칭얼거린다.
동그란 눈으로 나를 보며 생긋거리는 아이를 보니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 비가 와서 손목이 시큰거리는 것도 잠시 잊고
아이를 안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