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어린이집에 두 아이들을 보낸지 한 달이 조금 넘었다.
어린이집 버스를 배웅하고 1FM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애조로를 달렸던 시간은
추억이 되었고.
어린이집 첫 입학날 부터 지금까지
매일 출퇴근 시간 겨울왕국 OST를 듣고 있다.
봄이 왔으니, 이제 다른 곡을 듣자고 해도 고집 센 우리 큰 딸은 고개를 절레절레
Do you want to build up snowman? 가 나오면, 둘째는 '이거 내가 좋아하는 노래잖아'라며 혀짧은 소리로 따라하고.
내게 자유 시간은 오로지 점심 먹은 이후 30분 정도?
오오. 얼마나 소중한지.
귀중한 점심 시간을 쪼개 인문학동호회와 우쿨렐레모임까지 하려니 조금 벅찬다.
얼마 전, 대중목욕탕에서 몸무게를 재니 41.3kg
뱃살이 조금 빠졌다 싶었지만, 생각보다 무게가 덜 나가서 당황했다.
쿨한 근육 녀석들은 모로지 빠져나가고, 끈질긴 지방들만 붙어 있는듯.
지난 달에는 모든 것들이 힘들고
내가 선택했기에 누굴 탓할 순 없지만(그래도 이럴 때 제일 만만한게 남편이니)
한껏 신경질을 부리다, 그것도 그만 두고 말았다.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봤자, 전혀 좋을 것이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아니까.
그리고 나의 남편이자, 우리를 반씩 닮은 소중한 아이들의 아빠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아끼는 것이 올바른 아내의 역할 아니던가.
동생은 동호회 활동이나 탐욕스럽게 강의를 듣는 것들이 모두
보상심리에서 시작된 거라며 자연스럽고 여유롭게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라 했지만, 막상 그러기도 쉽지는 않고.
늦은 시간까지 어린이집에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그래도 회사 어린이집 좋다고, 아침에 군말없이 따라나서는 것을 보면 고맙고
매일 아침, 내가 제주에 있어야 할 이유를 상기시켜 주는 덕에
딴 생각 품지 않고 일에 몰두 할 수 있게 된다.
그 동안 꾸준히 부정적인 감정에 먼저 대응하도록 학습되어진 나의 뇌가 잠시 작동을 멈추고 있어
마치, 모든 것을 초월한 것처럼 멋지게 보이고도 싶고 그렇게 믿고 싶겠지만
진짜 내 상태는 (누군가의 트윗 처럼) 초월한 것이 아니라 체념, 바로 그것일지도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죄책감과 억울함, 이 사이클을 계속 오가며 지내는 것 보다야 나을테니.
엄마,엄마, 하루에도 수십 번 나를 찾는 아이들도 몇 년 후면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것이고
그토록 바라던 나의 자유시간은 어쩌면 내가 원하지 않은 시기에 찾아올 수도 있고
그리고, 언젠가는 지금 이 모든 시간들을 그리워 하게 될 것이다.
어른이 되가고 있는 기분이다.
앞으로 오백 번 더 흔들리면 진짜 어른이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