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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대추가 되고 싶다

by 와락 2014.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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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대추 한 알 _ 장석주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회사는 분주하게 움직이고

불안감 마음을 감추며 평온하게 제주에서 하루를 보낸다.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저체중, 고밀도 콜레스테롤 부족, 혈색소 부족, 비타민 D부족 

6월 장염을 크게 앓고 나서 먹는게 부실해서인지(비단 그 이유만은 아니지만) 모든 게 다 결핍



시경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엄마 말씀대로 열 두번도 변하는게 아이들이라고. 

하지만, 저절로 좋아졌을리는 없다.

내 안에 태풍 몇개

내 안에 천둥 몇개

내 안에 벼락 몇개


지나갔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아이 앞에서 울뻔 했으나

엄청난 인내심으로 '괜찮아. 괜찮아.' 라고.

아이에게 한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에게 한 것인지.



그럼에도 아직 둥글어지지는 못했다.

대추만큼(이나) 되기도 참으로 힘들다 

그리고 겁이 난다. 

앞으로 무서리 내리는 몇 밤, 땡볕 두어 달, 초승달 몇 날 등이 기다리고 있을텐데.

아아아아아아.나는 언제쯤 대추가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