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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feat.근력운동)

어제의 나보다 매일 나아질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달려봅니다.

by 와락 2024.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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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하는 것에는 기준도 한계도 없다. 누군가의 영혼을 죽이고 싶다면 오늘의 너보다 어제의 네가 훨씬 나았다고 매일 속삭여주면 된다는 글귀를 본 적 있다. 그러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매일 나아질 자신이 없다. 그런 무모한 레이스에 남은 인생을 걸 만큼 더 이상 젊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사는 동안 비교나 평가를 피할 수 없다 해도 거기에 인생이 달린 것처럼 매달리면 평생이 노예살이다. 못하는 것이 잘못은 아닌데 같은 말인 줄 속아 살았다.
- 어른의 어휘력 / 유선경



경선생은 짧은 가족 여행을 마치자 마자 시작된 토요일 저녁 국어학원 수업도 빠지지 않고 들었다. 남편은 농구하러 가고 나는 경선생을 데리러 가고. 그 전에 거하게 저녁을 먹자마자 높이 치솟은 혈당을 내리기 위해 센터에 가서 천국의 계단을 1천개 등극하고 샤워한 후 데리러 갔는데 엄마가 운동 하고 왔다는 말에 경선생이 묻는다.

엄마 왜 그리 열심히 해?

몇 달 전 들은 분의 부고. 초3 딸을 두고 중환자실에 2주 남짓 있다 가신 워킹맘의 이야기는 나에게 너무 충격이었다.  나름 분주히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어느 날 병마가 닥쳐 (어쩔 도리 없다 해도) 힘을 쓸 수 없으면 너무 억욱할 것 같아 뭐라도 해야 겠기에 시작했다고 답했다. 마라톤을 더 잘하기 위해서기도 하고.

매일 매일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긴 어렵다 해도 꾸준히 수행하는 나를 보는 건 즐겁다. 매일의 성취감이 주는 행복감. 데드리프트는 이제 35kg 정도는 어렵지 않게 15회씩 3세트를 하게 되는데 장점은 집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을 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친정 엄마는 오자마자 살이 찐 것 같다고 몸이 부어보인다 하지만 자랑스럽게 어깨를 까고 팔뚝의 근육을 보여드렸다. 벌크업 보다는 살크업에 가깝지만 뱃살만 좀 빠지면 안에 수줍게 자리 잡은 근육이 보일 것이다.


새벽에 눈이 떠져 일어나 습도 90%를 이기고 동네 탄천을 달리고 왔다. 달리기 3년차가 되니 싱글렛도 입을 여유가 생겼는데 지난 마라닉 동계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얻은 형광색 마라닉 티셔츠를 입었다. 눈에 띄는 형광노랑이라 무척 잘 달리는 사람처럼 보여 부담스럽기도 하고 심지어 별로 시원하지도 않아 룰루레몬의 싱글렛만 구경하고 소심하게 찜만 해 두었다.


22년도부터 본격적으로 탄천 달리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그때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다. 원래 잘 달리던 사람들은 늘 많았지만 나와 비슷한 체형, 나이대의 분들이 많아져서 만날 때 마다 기분이 좋다. 다들 이 시간에 나와 홀로 뛰고 있다니. 시끄럽게 모여 뛰는 것도 아니고 조용히 서로를 응원하며 달리는 시간이 좋다.


팔뚝이 점차 땅콩처럼 올록볼록 근육이 붙는 중(이라 믿고 싶다)
7월 28일 여름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