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또 다른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더하기 위해 달리는 사람, 그리고 덜기 위해 달리는 사람.
- <책상 생활자를 위한 달리기 생활>, 장인성 김상민 - 밀리의 서재
주말에 석촌호수 뛰러 갈래?
근처에서 커피도 마시고.
남편의 제안에 고민하지 않고 그러겠노라 대답했다.
뛰고 나서 소피텔에서 커피를 마시자고 하다니, 쿠폰이 있기에 가능한 진정한 주말 오전의 사치다.
토요일 아침마다 수학학원에 가는 주자매를 학원 앞에 데려다 주고 잠실로 향했다. 지난 번 석촌호수를 뛸 때는 2월이었나. 황량한 나무들 사이로 산책자들을 피해 뛰어서 감흥이 크게 없었다. 차장 밖으로 보이는 10월의 하늘이며 작년 이맘 때 스타일런을 뛰었던 기억이 떠올라 심박수가 차츰 오르기 시작했다. 어허 심장아 가만히 있어.
주차를 하고 겉옷을 벗고 러닝화로 갈아 신는다. 팔을 휘휘 크게 저으며 지난 번에 구매한 감귤색 모자도 다시 눌러썼다. 주자매가 모자의 색깔을 보면서 눈이 휘둥그레졌지만(과연 엄마가 본인이 쓴다고 구매한 것이 맞는가?) 어차피 아무도 나를 신경 쓰지 않으므로 내가 좋아하는 걸 머리에 걸쳐보련다.
하늘도 푸르고 날씨도 쾌적하고 햇살이 좀 뜨겁긴 해도(기미 친구들이 반갑다 날뛴다) 달리기 좋은 날씨다. 바람이 좀 불어서 바람막이를 걸쳤는데 두어 바퀴 돌고 나서 바로 벗었다.
달리는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 영상과 사진을 찍어서인지 달리기 리듬이 끊긴다. 그래서인지 다른 날보다 힘들었다. 원래 달리면 기분이 개운해야 하는데… 더불어 석촌호수는 정말 산책자들이 많은데 그 분들께 피해 가지 않도록 요리 조리 멈췄다 피했다 달리니 마치 장애물 달리기 처럼 머리를 계속 쓰는 기분이었다. 어느 순간 뇌가 좀 멈추면서 나는 누구고 여긴 어딘가 하는 순간이 와야 되는데 10km 남짓 달리니 뻥 뚫린 곳을 계속 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갈증이 났다.
남편은 15km를 달리고 싶었던 모양인데 아쉽게도 12km 남짓 달렸다.
장거리 달리기 연습은 석촌호수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석촌호수는 느긋하게 식사하고 천천히 산책하는 기분으로 달리기 적합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