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고 있습니까
혀끝까지 나온 나쁜 말을 내뱉지 않고 삼켜버리는 것,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료이다.
-레프 톨스토이-
8월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 내내 힘들어했는데 갑자기 가을이 성큼 와버렸다.
얇은 자켓을 꺼내 입으며 오후에 있을 외근을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왔다.
예상했던 일들이 생겼는데 그저 '일'일 뿐인데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나의 오지랖이 불편하다.
이동한지도 일년 정도 되간다.
돌아보니 그렇게 아둥바둥 할 필요도 없었는데(언제나 기대는 비켜가기 때문에)
지나친 책임감과 역동에 휩쓸린 것은 아닌가.
한 해가 지난 지금 또 다시 반복되고 있어
대체 왜 나는 이러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쉽게 내몰리는것인가
곱씹고 곱씹어보고 있다.
나에게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
지키고 싶은 것
이익을 내야 하고 성과를 향해 달려가는 이 곳에서
내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그것'
또한 두려운 것, 피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여러 감정들이 오고가고
많은 생각과 날선 편견과 평가들이 서로를 향하고 있다.
지금의 심정을 비유하면
낡은 보트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저 육지로 가야 하는 선원이 된 것 같다.
태풍이 휘몰아치고 사람들은 너나할것 없이 구명조끼를 입으려 하고 있는데
누구 하나 나에게 구명조끼를 내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건너야 하니까, 태풍이 오면 온 힘을 다해 비바람을 맞으며 버티고
좀 잔잔해 진 것 같으면 열심히 노를 젓고.
불안하다.
하지만 바다는 건너야 하니까.
육지로 꼭 가야 하는가. 아니 그렇진 않아.
하지만 건너고 싶다. 그렇지만 막막해.
언제 건너갈 수 있을까.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보트도 움직이고 있다.
바람 때문에 방향이 바뀌기도 하고, 어쩔 때는 내가 가는 방향이 맞긴 한지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말이다.
작은 바램은 나중에 이 시간을 돌아보며
'그래, 적어도 허투루 보낸 시간은 없어'라고 말하게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