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뜨거운 여름이 시작되는 중입니다만
아침에 선선한 바람이 분다.
오전 6시 30분의 이 날씨는 아버지 기일이 지나고 나서 말복 이후에나 느낄 수 있는 ‘끝없을 것 같았던 여름이 지나고 개학을 앞둔 후 밀린 여름 방학 숙제에 쫓기며 내가 왜 그때 안했지라는 후회를 하는’ 그 정서인데 7월로 초복 다음 날로 성큼 다가왔다.
정말 기후가 변하는 것인가.
어제 본 뉴스에서는 제주 앞 바다에서 한치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무농약 바타비아(야들거리는 상추 식감이 좋다), 파프리카, 딱딱한 복숭아를 접시에 담고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회사 출근을 잊고(모른 채 하고) 저 멀리 떠나고 싶은 날씨이므로 카페인을 들이키며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핸드폰으로 7월 16일 오늘신문 주요뉴스를 클릭해 본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제스처로 주먹 쥔 손을 흔드는 트럼프가 나온다. 천운의 소유자이다.
청와대 영부인의 디올백은 사실 영부인은 다시 되돌려주라고 했는데 행정관이 깜빡 잊었다고 한다. 커피를 내리며 대체 누가 준거야 라고 혼잣말을 하는데 지나가던 남편이 ‘내가 준 건 아니야’라고 답한다.
’중간항로가 올 때 쯤, 자식은 사춘기를 겪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부모에게 그랬든, 여드름투성이의 퉁명스럽고 반항적이며 걸핏하면 짜증을 부리는 아이는 자신을 향한 투사에 분노하며 저항할 것이다. 진정한 나로 가는 여정에 부모 컴플렉스가 얼마나 어려고 위험한 장애물인지 깨닫는다면, 사춘기에 자식이 부모와 똑같은 삶을 살지 않으려 반항하는 것이 지극히 올바른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가 되면서 가졌던 기대와 가족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마찰은 중간항로에 들어선 이들에게 더 큰 아픔을 안긴다. 우리 역시 그 나이 때, 사춘기는 인생의 수수께끼라는 여정 속에서 단지 지나가는 기간일 뿐이라는 사실을 부모님이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는가.‘ p62 내가 누군지도 모른 채 마흔이 되었다.
1호는 아침에 깨우면 미간을 찌푸리고 아침의 메뉴에 대체로 고개를 젓는다. 주말에 여드름 치료를 받았는데 이마에 아직도 상처 자국이 남아 있다. 십대니 곧 회복되겠지.
2호는 그릭요거트, 복숭아, 블루베리로 건강한 식사를 하고 마무리도 홍루이젠 샌드위치와 우유를 마신다. 먹는 중에도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않고 쇼츠를 하염없이 본다. 오늘 아침에는 일본어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싶다.
최근 들어 교회도 나가고 싶어 하지 않아 2주 연속 빠지기도 했다. 남편은 성가대로 일찍 나서고 나 홀로 아이들을 기다리다 뒤늦게 가기 싫다는 이야길 듣고 홀로 갈 때면 이럴려고 15년 넘게 교회에 다닌 건 아닌데 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 청년 시절 다닌 성당을 미화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이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맑은 하늘을 보니 마냥 달리고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