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붙어 있는 실선에서 점선 같은 관계로 이젠 안녕

와락 2025. 3. 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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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해야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래야 비로소 배울 수 있고 깊어지고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로에서 시작하는 기쁨입니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음미합시다.
 - 일의 기본, 생활의 기본 / 미쓰우라 야타오 

 

 

 

 

6년을 함께 한 나의 첫 팀원이자 동료였던 멤버가 퇴사를 한다. 

당시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게다가 나이차이도 많이 나서  어깨에 힘을 많이 준 채로 거들먹거리며 업무를 알려줬던 기억이 있는데(돌이켜 생각하니 부끄럽다) 멤버는 고맙게도 또한 사회생활을 잘하는 사람답게 좋은 기억들로 추억해 줬다. 

 

3년 정도는 늘 붙어 있는 실선처럼 같이 일했고 

나머지 기간은 명목상 같은 팀일 뿐 나는 다른 사업부에 도전하느라 따로 행동하는 점선 같은 관계로 지냈다. 

 

 

회사 다니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을 묻자, 네임밸류 있는 회사와 B2B 계약을 따 냈을 때 나에게 전화를 걸어 내가 "잘했다. 이제 됐다"라고 말했던 이야기를 해서 마주 보며 깔깔 웃었다. 멤버의 말로는 그때 치솟던 성취의 도파민. 너무 짜릿했다고.

 

이전 회사 동료 앞에서 수치스러웠던 상황

거절이 일상이었던 시절, 수많은 거절 중 일부만 회사에 이야기 하기도 했다. 

코로나 때는 심지어 미팅 갔다가 오갈데 없이 제휴사에서 쫓겨났던 기억도 있다.  

서로 멋쩍어 '당신이나 나를 거절하는 건 아니야 알지? 이건 그냥 일이야'라고 멤버를 다독이듯 이야기했지만 사실 스스로에게 일러두면서 다음 미팅 장소를 향해 가자고 채근하던 기억도 생생하다. 

 

 

퇴사날짜를 정리하고 

작고 소중한 성공의 경험, 감사의 순간과 즐거웠던 이야기

아쉬웠던 감정들을 회고하며 그가 내게 해 준 말에 뭉클했다. 

 

 

이직할 회사에 2차 면접을 보는데 어떤 리더랑 업무를 할 때 좋은가. 

그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데 따로 준비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앞으로 성공해서 만나자가 아니라

이후에 만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며, 꼿꼿하게 윤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지내자고 서로 다짐했다. 

 

 

그 어떤 찬사보다 감사했다.

돈돈돈 돈이 중요하고 합리적이고 효율이 중요한 이 시대에 

융통성 없이 고지식하게 일 하고 있는 나에게 덕분에 주니어 시절 잘 경험했다고 회고해 주는 동료가 있다니 말이다. 

 

 

헤어질 결심을 하고 난 후 

사회생활을 잘하고자 하면 무슨 말을 못 하겠냐만은

일을 대할 때 부족해도 최선을 다하는 그 마음을 옆에서 가장 나를 많이 지켜봤던 동료이자 팀원이 이야기해 줘서 

마치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것 마냥 고마웠다. 

 

 

 

8할은 거절의 순간, 1할은 보류

그리고 나머지 될까 말까의 가능성을 두고 노력하던 그를 계속 기억하게 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는 그 덕분에 우당탕당 새롭게 도전해 볼 수 있었다. 

B2B, 결제수단, 트래픽바터, BTL ATL 가리지 않고 새로운 채널 발굴 및 제휴

심지어 타부서에서 요청한 대관업무까지. '왜 내가 이것까지' 가 아니고 '이것도'라는 마음으로 일했었고 받아줬던 멤버였다. 

새로운 곳에서의 도전으로 깊어지고 넓어지겠다는 그를 응원한다.

여기서도 그랬듯 '제로에서 시작하는 기쁨'을 맛보시길 바란다. 

 

 

22년 9월, 3개의 미팅을 연속으로 하던 날 을지로에서 마셨던 공차를 잊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