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feat.근력운동)

강철체력을 향해

와락 2025. 3. 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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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도
사람들이 말하는 ‘탈진’ 할 것 같다는 느낌이나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죽겠다’ 혹은 ‘심장이 터질 것 같다’ 등의 느낌은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풀마라톤을 두 차례나 뛰었는데 뛰고 나서 몸무게 변화도 미비하다.

지난 주일에야 비로소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나는 늘 비상식량을 매우 넉넉하게 준비해서 달렸고, 중간에 조금이라도 힘이 떨어질 것 같으면 근처 붕어빵 파는 곳이라도 찾아서 근육들이 힘들다 아우성치기 직전에 적정시기에 맞춰 열량을 잘 공급해 줬기 때문이다.
그뿐이랴.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는 하지 않고 내 몸을 어찌나 아꼈는지 조금이라도 힘이 들면 바로 집으로 향하거나 속도를 낮춰서 걷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뛰었다.

두 차례나 풀마를 뛰고 와서도 그닥 힘들어하지 않는 나를 보면서 사람들이 강철체력이시네요 라며 치켜세워줬는데

실상은 먹는 내내 충분하게 당분으로 공급된 에너지 덕분이었다.

그러니 살도 빠지지 않았던 것이 당연.

체지방이 분해되려고만 하면
아니야 여기 있어! 라며 바로 양갱, 초콜릿, 에너지젤을 충분히 넣어줬으니 말이다.



지난 일요일, 남편과 집에서 멀리 있는 다른 동네 공원까지 가 보기로 했다.

나는 근처 공원까지 가서 뛰는 줄 알고 평소와 달리 간식도 챙기지 않았고 심지어 카드나 핸드폰도 챙기지 않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였다.

남편은 내 체력을 믿고 왕복 25km 정도는 물만 있어도 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12km 지점부터 힘들기 시작했는데
하프때도 17km 지점에 먹었던 초코파이를 몸이 기억하는 듯 정말 눈앞이 노래지기 시작했다.

땀이 식자 3월 꽃샘추위에 추워지고 점점 해가 기울며 어두워졌다.

뛰다가 걸은 적은 거의 없는데 어제는 제법 걸었다.
나중에는 카페 거리 근처까지 난 걸어가고 남편은 뛰어가 차를 가지고 나를 데리러 오기로 했다.

남편 말로는 본인은   PB를 찍었다고 한다. 

파래진 입술로 축하를 전했으나 어서 돌아가 따듯한 물에 씻고 저녁을 먹고 싶었다. 

 

앞으로는 무조건 스마트폰은 들고 나갈 듯 하지만

내가 어느 지점에 탈진하는지 내 체력의 바닥은 알았으니  귀한 경험이다. 

(물론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