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함께

아이들은 자란다 16(Ego=1/Knowledge)

와락 2025. 5. 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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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해질수록 우리는 자신이 아는 것이 얼마나 적은지 더 많이 알게 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그런데 좀 덜 유명한(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개념 중 하나인) ‘자아=1/지식  Ego=1/Knowledge’ 이라는 방정식이 맞는 것 같다. 이 방정식에 따르면 “지식이 많을수록 자아는 작아지며, 지식이 적을수록 자아는 커진다.” 어떤 분야든 더 깊이 탐구할수록 보통은 더 겸손해진다(이를 더닝-크루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라고 한다). 지적인 겸손함을 보이고 모르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우리는 더 많은 것을 배우기에 좋은 입장(즉 지혜를 얻는 출발점)에 있다.
투자도 인생도 복리처럼/ 가우탐 바이드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 40분에 여의도에 도착했다.
경선생이 서울시민마라톤 대회 봉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봉사를 하는 엄마들도 보인다. 자원봉사 노란 조끼를 딸내미만 입히고 멀뚱히 서 있자 자원봉사 선생님이 ‘어머님도?’ 하고 권했는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딸아 미안하다. 아이만 1호차에 태워 보낸다. 목장갑을 끼고 응원봉을 들고 자봉 선생님을 따라가는 힘없는 발걸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위해 봉사를 하러 온 딸내미가 멋지다. 좀 비겁한 엄마인 나는 멀찌감치 떨어져 카페인을 찾아 여의도 마포 일대를 찾아 헤맨다.


주자매는 4월 말 중간고사를 잘 치렀다. 한 학년에 A등급이 30% 이상은 되는 듯 한 시험이지만 그래도 다 맞거나 한 문제 정도 틀리는 것은 대견한 일이다.

경선생 친구들은 벌써부터 특목고 준비를 위한 자소서 기술 단계에 들어갔다. 수2 미적분까지는 끝내고 고등진학을 해야 한다는데 본인은 이러다 수1도 겨우 끝내겠다며 불안해한다. 중3 아이가 처음인건은 엄마인 나도 마찬가지라 어리둥절하다. 학원 선생님은 불안을 더욱 가중시키는데 넋 놓고 있다 부랴부랴 학원 스케줄을 변경하기도 했다.  대치동 자소서 컨설팅 학원을 바로 갈 순 없고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할지 파악이 안돼서 지피티 선생님께 먼저 확인해 보기로 한다. 학년생활 정보를 출력해서 경선생과도 의견을 나눈다. 충실하게 학교 생활을 한 흔적이 보여 고마웠다. 발레리나와 조류학자를  꿈꿨던 아이는 청소년이 되어 유럽 축구와 F1을 좋아하는데 관련된 스포츠 마케팅, 매니지먼트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본인의 확고한 신념이 있으니 다행이다. 동기와 앞으로의 계획은 정리가 되었고 자기 주도적 학습 사례를 찾는 것은 고민해 보겠다고 한다. 그렇게 잠이 많은 아이가 새벽부터 일어나 봉사를 하러 애쓰는 모습도 대단하다.


시봉이는 중간고사 직전 학교에서 작은 사건이 있었다. 사람이 살다 보면서 제일 괴로운 건 ’ 억울함, 모멸감‘ 이 아닐까. 중학교 2학년 가장 예민한 시기에 친구들 사이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며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매일 아침 퉁퉁 부은 얼굴로 울며 등교했다. 아이를 등 떠밀어 보내고 출근하는 내 마음도 괴로웠는데 심지어 아침도 점심도 굶으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중간고사 전인데도 친구들 생각에 공부가 안된다며 괴로워했는데 수학에서만 한 문제 틀리고 다른 과목은 모두 다 백점이라고 한다. 시험이 쉬웠다고 할지라도 기특하다. 시봉이의 학교 생활은 종이에 베이는 작은 상처들의 연속으로 보인다. 작은 상처들이 여물틈 없이 또 베이고. 그만큼 민감하고 예민한 아이인데 이 시기가 지나가면 좀 더 단단해져서 그 정도 것들에는 베이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 기대한다. 정확하진 않지만 본인이 반에서 가장 시험을 잘 본 것 같다며 어깨를 으쓱한다. 아이들의 일은 잘 모른다. 관계가 좋아진 것은 아닌 듯하고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다만 옆에서 지켜본 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 같았다.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이 사람들이 자길 공격하고 힘들게 해도(아이 입장이겠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 말이다.



아인슈타인이 지식이 많아지면 자아는 작아진다고 했다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이에 대한 아는 것도 많아지는데도 엄마의 비대한 자아는 그대로이다.
지피티 선생님께 물어보니 아래와 같은 답을 준다.

Information은 ‘무가공 데이터’, Knowledge는 ‘해석과 이해를 거친 정보’입니다.

매년 업데이트 되는 아이들에 대한 무가공 데이터를 지식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데이터 기반으로 해석과 이해를 한 게 맞으려나.



아이의 커가는 속도, 성장이 뿌듯하다.
동시에 내가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함도 든다.
양가 부모님의 생활비와 늘어나는 아이들의 학원비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5년 후에 이 글을 보면 아이가 대학에 가 있을 시기인데 그때는 부모님이 더욱 연로하실 거고 아이들 학비로 좀 더 버거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때의 나는 여전히 씩씩하게 해결하면서 지내고 있기를 바란다.

대회 시작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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