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매일

무지개를 볼 때 마다 내 가슴은 두근거리니

by 와락 2026. 8. 23.
반응형

주일 오전이다. 
성가대 참여로 일찍 교회에 가는 남편이 8시에는 늦지 않게 시봉이를 깨우라 당부를 했다. 
5분 단위로 깨우고 있으나 일어나질 못한다. 학원 과제만 아니면 더 재우고 싶지만 해야 할 것들이 많다. 
어제저녁 미사를 마시고 집에 돌아오는 길, 같은 단지에 사는 가족들의 까르르 웃는 소리가 너무 행복하게 들려 잠시 멈춰 돌아보았다. 경선생과 초등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 가족이었는데 저녁 미사를 함께 하고 네 식구가 집에 돌아가는 길 같았다. 아이들이 모두 고등학생 이상일 텐데 토요일 이 시간에 함께 미사를 다니다니 대견하다 싶다가도 그 시간에도 학원에 가 있는 주자매를 떠올렸다. 
주말에 여유 있는 시간이 있어도 학원 가기 전이라 숙제하기 바쁘거나 잠시 짬이 있어도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행복한 가정이란 무엇인가. 안나 카레리나에 나오는 문구처럼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하던데. 우리 가정은 어떠할까. 어느 순간 웃음소리가 멈춰지고 '(숙제를)했는가 하지 않았는가, (핸드폰은) 언제까지 할 건가'의 대화만 이루어지고 있어 슬프다. 
 
 
40도에 육박하던 더위는 처서를 기점으로 잠시 수그러졌다. 이렇게 가을이 오는 건가 싶었는데 태풍이 올라온다고 한다. 
어제는 오전부터 비가 내렸다 잠시 개었다 다시 내리기를 반복했는데 저녁에는 무지개가 떴다. 얼마 만에 보는 무지개인가. 
'무지개다!' 내 소리에 반색하는 건 밥 먹다 말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 경선생 뿐이다. 
 
 
"A Rainbow"
( William Wordsworth)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So was it when my life began,
So is it now I am a man,
So be it when I shall grow old,
Or let me die !

The child is father of the man,
And I could wish my days to be bound each to each by natural piety."

출처 : 한겨레:온(http://www.hanion.co.kr)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 설레느니,
나 어린 시절에 그러했고
다 자란 오늘에도 매한가지,
쉰 예순에도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죽음이 나으리라.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바라노니 나의 하루하루가
자연의 믿음에 매어지고자.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에서 / 민음사 유종호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시집을 구매해서 저 시와 수선화 등을 열심히 외웠다. 
아마도 그 시절이 가장 머리가 맑았던 듯, 완벽하게는 남아 있지 않지만 일부 구절이 나의 머릿속을 떠다니는 것 같다.
어제저녁 무지개를 보고 시구절이 떠올랐는데 멋지게 시 전체를 다 외우면 좋았겠지만... 헝클어진 중년의 뇌에서 떠 올려 진건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두근거리니'였다. 
"My heart leaps up When I behold a rainbow in the sky"
 
 
몇 년 후면 50세가 되는데 아직은 무지개를 볼 때마다 감탄사가 나오고 마음이 설레는 것을 보니 다행이랄까.

무지개 오랜만
사진에 다 담을 수 없었던 토요일 저녁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