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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퇴근시간을 두어 시간 앞둔 지난 금요일 오후, 시성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별일이 있다는 싸인.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채로 통화 버튼을 누르니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 내용인 즉, 시성이 팔이 빠진 것 같다는 것.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멀어져 가고, 머릿속이 하얘져가는데. 그래서, 지금 시성이는 어디있나요?네, 하원 버스 타고 가고 있어요.뭐라고요? 팔이 빠졌다고 하지 않으셨어요?아니요. 팔이 빠진것 같다고요. 빠진것까지는 모르겠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알겠다고 하고서는 무작정 노트북을 가방에 쑤셔넣고는 팀장님께는 제대로 보고도 못한채 다급하게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운전하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저 별탈 없기만을 빌면서. 어린이집 차를 타.. 2013. 9. 4.
오늘밤은 혼자여도 좋아. 라천앱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서는 다운받아서 하나씩 듣고 있다.두 애들을 재우고, 혼자 작은 방으로 들어와 둘째 놈 기저귀를 사고,하루키 책을 읽다가 목이 마려워 물이 아닌 '맥주'를 꺼내와 한잔 들이키며 2011년 10cm가 나온 커피포트페스티벌 편을 키득키득 거리며 듣고 있다.희열옵바 정말 사랑해요. 부디 계속 그렇게 귀엽게 늙어주세요. 진짜 휴가를 보내고 있다.아침에 여유롭게 애들을 깨워서 밥 먹여 보내고, 회사 다니는 동안 못다한 은행업무, 건강검진, 자동차 수리,기타 잡다하고 소소한 일들을 하나씩 해치우면서, 주말마다 육지에서 내려오시는 손님(?)들도 맞이하며 보내다 보니 하루하루가 숨가쁘게 지나버린다. 하루키 책 어때?지난 주 제주도에 온 김자에게 물으니, 응 그냥 머 똑같지. 그렇지만 아.. 2013. 7. 18.
12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제주 이사 전,몇 년 동안은 오기 어려울 곳들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주에는 남산 힐튼에 가 크리스마스트리와 미니열차를 보고 왔고,여의도 공원에 가서 주차하고 잠시나마 여유도 즐겼고,일산 킨텍스 뽀로로파크에 가서 주시경에게 뽀로로와 루피랑 악수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오늘은 버드나무 서초본점에 가서 국밥을 먹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아쿠아리움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연간회원답게 당당하고 씩씩하게 행렬을 뚫고 전진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평소에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참으로 유용한 남편의 사전준비능력에 같이 간 동생과 살짝 감탄했다. 주시경이 친애해 마지않는 물고기 친구들을 보러 간 사이,동생과 나는 코엑스몰의 커피숍을 유모차를 끌고 전전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카페인의 힘을 빌릴 곳.. 2012. 12. 26.
질병계의 부르조아 달각달각동그란 배 위에서 사원증과 목걸이가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둘째를 낳은지 만 8개월이 넘었지만, 태연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복부의 지방들세상 무서운줄 모르고, 나를 닮아 뻔뻔함만 익혔나보다. 종합검진결과가 나왔다. 헤모글로빈 감소, 약간 빈혈소견, 2~3개월 추적관찰요망역류성식도염, 알카라인 위염, 만성위축성 위염인유두종 바이러스 검사 양성, 산부인과 전문의 진료요망심전도 동성부정맥 추적관찰 요망요추골 골감소증 T value -1.3, 대퇴골 골감소증 T value -1.1 운동,식이요법, 필요시 약물치료 우리 엄마에 비하면나는야 질병계의 부르조아지만,두 아이를 낳고 급속히 허약해진 나의 뼈와 2년간 배려심 없는 주인 덕에 면역력이 바닥을 친나의 슬픈 자궁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리고 속상했다.. 2012. 7.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