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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12월 크리스마스를 보내며

by 와락 2012. 12. 26.


제주 이사 전,

몇 년 동안은 오기 어려울 곳들을 돌아보고 있다.


지난 주에는 남산 힐튼에 가 크리스마스트리와 미니열차를 보고 왔고,

여의도 공원에 가서 주차하고 잠시나마 여유도 즐겼고,

일산 킨텍스 뽀로로파크에 가서 주시경에게 뽀로로와 루피랑 악수할 수 있는 기회도 주고,

오늘은 버드나무 서초본점에 가서 국밥을 먹고, 코엑스 아쿠아리움에 다녀왔다. 


아쿠아리움 표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연간회원답게 당당하고 씩씩하게 행렬을 뚫고 전진하는 남편의 뒷모습을 보며

평소에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참으로 유용한 남편의 사전준비능력에 같이 간 동생과 살짝 감탄했다.



주시경이 친애해 마지않는 물고기 친구들을 보러 간 사이,

동생과 나는 코엑스몰의 커피숍을 유모차를 끌고 전전하며 

엉덩이를 붙이고 카페인의 힘을 빌릴 곳을 찾아봤으나, 

크리스마스를 너무 쉽게 본 탓일까. 자리는 좀처럼 나지 않았다.

코엑스는 젊은이들의 거리.이제 막 연애를 시작하는 커플이라면, 

같이 온 여인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선뜻 자리를 하나 쯤은 양보해 주지 않을까 하며 기대해 봤지만.

동생이 발을 동동 구르며 겨우 찾아낸 곳, 구석지고 어둡고 커피값도 콩다방, 별다방 보다 비싼 그곳에서

겨우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니. 



동생과 마주 앉아 이야길 할 기회도 많지 않은데,

주시성은 커피를 마시겠다며 삐약삐약 거리고, 그 와중에 유모차는 넘어지고,

가방은 쓰러지고, 계산을 해야는데 갑자기 이 넘의 망할 카드는 어디로 사라진건지

현금밖에 없고, 천원짜리 한장도 깨알같이 현금영수증을 챙기면서 계산대앞의 누가봐도 '미남이시네요'의 직원때문인지, 아니면 민폐끼치는 아줌마의 미안함 때문인지 테이블에 구부정하게 굽히고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던 사이 미남직원이 잔돈을 가져오는걸 보고 그제서야 잔돈을 챙기고.

이렇다할 대화 없이, 그저 기억 나는 건, 연애를 많이 해라, 이야기 뿐.


본인이 맨날 만나는 아티스트들은

똑똑해, 노래도 잘해, 작곡도 해, 연주도 해, 게다가 잘생기기도.

동생은 현실세계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듯 하지만,

꼭 비루한 현실을 인정하고 살아야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지금은 '일'이, 그녀의 '아티스트'가 현재 '연인'이 되기도 지나 간 '옛 애인'이 되기도 하니

그 사실만으로도 환타스틱하지 않은가. 

적어도 나처럼 검색광고와 디스플레이 광고를 옛 애인으로 두지는 않았으니.








뽀로로파크에서 내가 찍은 사진 중, 그나마 애들 얼굴이 흔들리지 않고 나온 사진

구도와 배경에 구애받지 않고, 얼굴 위주로만 찍는 나인데,

주특기마저 발휘하지 못해 남편님의 지적을 온몸으로 받고 말았다.

시성이는 이마가 제일 이쁘니까.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