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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란다.3

아이들은 자란다 10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언어의 온도 / 이기주 나는 외할머니가 해 주신 등뼈찜, 꿀처럼 과즙이 줄줄 흘러내리는 탐스런 복숭아(나를 주려고 아껴두었다가 몰래 하나씩 꺼내 주셨다), 찜기에 푹 익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술빵,아랫목에 말린 고구마 말랭이 등이 가끔 생각난다. 그것 뿐인가. 시어머니가 해주신 해물찜이며 겨울에 주로 먹던 콩비지김치찌개, 기름 한 방울 없이 깨끗하게 끓인 양지 미역국. 아빠랑 같이 가서 먹었던 아구찜, 떡갈비와 동치미, 말린 박대를 프라이팬에 구워 고추장에 찍어 먹었던 맛.당시에는 고등어 따위는 비려서 먹지도 않고 다 버렸는데, 마트에서 .. 2017. 11. 24.
아이들은 자란다 6 엄마 오늘도 늦게 와? 아빠는 매일 아침 순식간에 없어져. 우리가 눈을 뜨기 전에 나가서 그런가봐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 어제도 내가 늦게 들어와 얼굴을 못봤다며 오늘은 꼭 일찍 와서 놀아달라고- 경은 내 뒤를 졸졸 쫓아 다니며 종알 거린다. 엄마 왜 아빠랑 똑같은 색깔의 옷을 입었어? 엄마 우끼다. 우헤헤. 엄마 회사 가지마. 히이잉. 둘째는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며 어리광을 피우고. 현관문을 닫기 전 경은 오늘은 일찍 들어오라며 단호하게 한 마디. 네네. 알겠습니다. 두 아이들은 이제 여섯 살, 다섯 살이 되었다. 제주에 있을 때는 매일 아침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노래를 부르더니만- 이제 학기가 시작되길 은근히 기다리는 것 같기도(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인가) 하루 종일 먹고, 자고, 싸고, 놀고.. 2015. 2. 13.
아이들은 자란다 2 경이는 선글라스를 좋아한다. 외출할 때는 발음은 새지만 정확하게 '내 선구라스 듀세요' 라고 말하고, 저렇게 시크한 표정으로 돌아다닌다. 남편이 만들어준 말도 안되는 종이 모자를 쓰고서는 '엄마 나 머찌지? 나 최고' 라며. 꼬물꼬물 기어다니며, 멍때리는 표정으로만 있던 아이와 이제 대화가 되다니. 성이는 벙긋벙긋 잘 웃는다 눈웃음을 지으며 애교를 부려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귀엽다며 머리를 쓰다듬는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라는 표현, 시성이를 낳고서야 100% 이해하게 되었다는. 곧 돌 사진을 찍으러 가는 우리 둘째, 곰퉁이, 막내, 벙글이, 이뿐이, 별명도 수식어도 많은 사랑스런 우리 아기, 내 새끼 첫째와 둘째는 고작 18개월 정도 차이가 날 뿐인데, 시경이는 듬직하니 믿음직스럽고, 시성이는 마냥 귀.. 2012.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