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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by 와락 2013. 9. 4.


퇴근시간을 두어 시간 앞둔 지난 금요일 오후, 

시성이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별일이 있다는 싸인.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채로 통화 버튼을 누르니 

다급한 선생님의 목소리. 내용인 즉, 시성이 팔이 빠진 것 같다는 것.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선생님의 목소리는 멀어져 가고, 머릿속이 하얘져가는데. 


그래서, 지금 시성이는 어디있나요?

네, 하원 버스 타고 가고 있어요.

뭐라고요? 팔이 빠졌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요. 팔이 빠진것 같다고요. 빠진것까지는 모르겠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일단 알겠다고 하고서는 무작정 노트북을 가방에 쑤셔넣고는 

팀장님께는 제대로 보고도 못한채 다급하게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 

운전하는 동안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저 별탈 없기만을 빌면서. 



어린이집 차를 타고 온 시성이는. 

말 그대로도 차에서 구겨져있다 나오는 것 같았다. 울어서 퉁퉁 부은 얼굴.

팔을 살짝 만지기만 해도 울먹울먹. 아야 아야 하면서 떨어지질 않고.

빛의 속도로 애를 받아 정형외과로 갔더니 1분 만에 팔을 끼어 맞추는 놀라운 신공.

정말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뚝'하고 끼어 맞추시는 데, 머랄까. 정말 괜찮은 걸까 싶은 정도.

병원에서 준 사탕을 좋다고 받아 먹고 팔도 살짝 올리며 금방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놓이면서 긴장이 풀리자 감사함보다도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정말 어쩔뻔 했어. 




그 와중에 애 아빠란 사람은 저녁 6시 이후로 연락두절.

제주에 내려오지 않는 날이란 걸 안 회사 동료들이 저녁먹자고 해서 연락을 못했다는데

애가 팔이 빠진 걸 알면서도 그 이후로 전화 한번 없는 남편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주말 내내 활활 타오르는 분노심에 과장을 하자면 몸이 데일뻔했다. 



엄마는 하루 종일 짜증을 내는 나에게 그러지 말라고 말씀을 하셨지만, 

나는 책의 제목처럼 그런 엄마에게 되묻고 싶었다.

'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나요?'



책을 읽을 때는 낄낄대며, 맞아맞아 고개를 끄덕이며 밑줄까지 쳐놓고서는

막상 문제가 발생되거나  체력적으로 조금이라도 힘들면 또다시 원점으로. 



그래서 다시 또 책을 펴들었다. 

나만 힘든게 아니다. 미쿡에서 애들을 기르는 이 책의 저자도 무척 힘들었으니까.

게다가 그녀는 애가 셋이기까지.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지금의 내 모습을 그대로 투영한 육아에세이라 정말 많이 공감하며 읽었다. 

엄마노릇은 경이로운 작은 순간들을 엮은 한 편의 슬라이드쇼가 아니고, 한없이 기쁘나

수없는 좌절을 경험하게 되는 일이라는 것. 완벽한 척 하지 말고, 약함을 인정하고 솔직해지자는 것.

종전에 읽었던 육아서에서도 보았던 이야기지만, 전혀 멋진 척 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게 써내려간

글들이라서 아주 유쾌했다. 그리고 저자의 말에 진심으로 동의한다. 

엄마가 된다는 건 인생을 더 진지하고 책임감 있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엄마가 되지 않고는 절대 모믈일이다. 




 


# 밑줄 그은 구절


엄마 노릇이란 원래 그런법이다. 부당하고 불공평하고 재밌지도 않지만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엄청난 아이러니는 절대로 혼자일 수 없는 상황에도 엄마인 당신은 완전히 고립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p18



나는 릴리가 둘째 때문에 소외감을 느끼거나 서운해할까 봐 두려웠다. 너무 빨리 임신한 것은 아닐까 후회하기까지 했다. p83



나는 평생의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지구상에서 가장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로 변해 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자식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불행히도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이 아이는 성장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p126



나와 너무나 닮은 릴리가 차고 넘치도록 많은 나의 단점을 물려받을까 봐 너무 겁이 난다. 또 생각 없이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을 아이가 그대로 보고 배울까 봐 무척 조심스럽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참담하게 실패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다. p234



엄마 노릇이 경쟁이 아니라는 게 어찌나 다행인지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엄마들은 서로를 이겨 먹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데  그건 자기 육아법이 더 좋다고 믿고 싶은 착각이자 집착일 뿐이다. p247




"그렇게 괴로워하지 말고 지금을 즐겨요.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지나가 버릴 거고, 당신은 남은 평생 그 시간을 그리워하며 살게 될 테니까." 골이 울리는 듯한 두통과 케첩으로 얼룩진 셔츠 때문에 당시에는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할머니 말이 진리라는 것을 알겠다. 그 시절은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그러니 엄마라서 얻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한숨과 짜증으로 채우지 마라. 가끔식 크게 심호흡을 하고 우리의 여정을 즐기며 가자.

그것이야말고 엄마 경주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왜 엄마는 나에게 아이를 낳으라고 했을까

저자
질 스모클러 지음
출판사
걷는나무 | 2013-07-05 출간
카테고리
가정/생활
책소개
엄마의 행복을 포기하지 않는 진정한 엄마노릇이란 무엇일까?불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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