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는 두 가지를 확신할 수 있어야 해.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는 거야. 놀이를 시작하려고 일이 언제 끝나는지 늘 살펴서는 안 돼. 그리고 또 하나는 자기 일을 부끄러워하면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명예로울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걸세. 자기 일과 그 일을 잘하기 위해 배우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야 하고, 저기 이러저러한 일이 있는데 내가 이러저러한 일을 했더라면 아주 잘 해냈을 거라고 말해서는 안 되지.
<미들마치 2> 조지 엘리엇
아침에 파트너사와 미팅을 했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독서비스에 일부 현물을 함께 배포하는 형태의 제휴 파트너십에 관한 부분이다. 서로의 베네핏을 얻기 위해 협력하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 나는 이 일을 사랑하는 것 같다. 양사의 기대치를 조율하며 협상을 진행한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씨를 뿌리면서 하나씩 결과물을 얻을 때 마다 솟아오르는 업무 도파민이 있다.
7년 전, 잘 다니던 지금은 대기업이 된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한 이유는 다른 가치를 찾기 위함이었다. ‘내가 하는 이 일을 끝낸 후에, 새로운 가치를 찾는 일을 이 조직에서 할 수 있으리라’ 기회를 찾아보려 애썼다.
그러나 애를 쓸 수록 내가 해야 하는 일의 목표는 손에 닿을 수 없이 멀어져 가고 나의 능력은 너무나 부족하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좌절의 시간도 허투루 보낸 것만은 아닌 듯 하다. 이제는 그 기회를 회사가 아닌 나의 개인적인 시간에 가능한 곳에서 찾으려고 마음을 고쳐 먹었다. 묵주기도가 그 마음을 바꾸게 된 시작점이었던 것 같다.
받아들이기까지 만 7년이 걸렸다.
그럼에도 이직한 덕분에 예상치 않았던 새로운 직무도 수행하게 되고 많은 배움과 가르침이 있었다. 내게 주어진 미션이 없었다면 제품 용기, 사출을 알아보러 용기 공장을 방문하지는 않았겠지. 제조 원가 구조과 마진, 제품의 유통과 채널 마케팅에 대해서 더욱 더 몰랐을 것이다.
오늘도 공장 한 곳을 보러간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제조강국이었다니.
입고되자 마자 5천개 이상 선발주가 들어와 어제는 3만개를 추가 발주했다. 이 기세가 이어지기를.
올 연말 2026년을 회고할 때 스스로의 등을 충분히 두드려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솔직히는 어깨를 한 껏 치켜 올리며 우쭐해 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