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워하는 사람을 가엾게 여겨라. 이 떠도는 고뇌가 당신과 나를 찾아올 수 있으리.
<미들마치> 조지 엘리엇
경선생 기말고사를 준비하며 묵주기도를 시작했다. 기도라도 하면 머릿속을 둥둥 떠도는 뒤죽박죽 잡생각들이 정리가 되지 않을까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처음 시작은 9일을 목표로 두고, 달성한 나 자신을 스스로 매우 뿌듯해 하며 27일, 54일 늘려갔다. 오늘 하루 건너뛸까. 유혹도 있었지만 전능하신 그 분은 모든 걸 보고 계시니. 졸면서도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기도를 했다. 가끔은 다른 생각을 하면서 입으로 기도문을 외울 때도 있어 깜짝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계속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는 100일이나 지속할 수 있을까. 작심3일을 매번 반복하고 가늘게 이어가긴 하지만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무언갈 지속한 적은 없었다. 묵주기도 100일의 힘은 나 스스로 나를 믿는 기회가 되었다. 돌아보니 몇 년 전 매일 달리기도 100일 정도 하긴 했었는데 그때도 비가 오는 날은 하루 정도 건너뛰었던 것 같기도 하다.
1. 주님의 기도를 할 때 마다 걸리던 ‘용서’의 대목은 전보다 부드러워졌다. 관계가 회복된 멤버 덕분이기도 하고 이제 관계에서의 에너지를 함부로 사용하고 싶지도 않다.
2. 1번 덕분인지 좀 더 너그러워졌다.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진 영향이 크다. 남들에게도 나에게도 평가의 잣대를 늘 들이밀었으니 말이다.
3. 근심과 걱정, 괴로움은 하느님께 매일 보고하고 맡기고 있어 홀가분해졌다. 예전에는 현실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무작정 잘 하게 해달라 매달렸던 순간도 있었다. 마치 시험공부도 하지 않고 100점 맞게 해달라는 학생처럼. 그런 무지몽매한 나를 이끌어 다른 것을 바라보게 하시고 깨닫게 해 주신 그 분 덕분에 그렇게 무지막지한 기도는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청원기도를 하지만 그럼에도 황창현 신부님 말씀대로 매일 ‘내 영혼의 구원‘을 향해 기도한다.
이 기도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당분간은 계속 해 봅시다. 나님이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