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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군요

by 와락 2026.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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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삶이 끔찍한 타격, 불공정한 타격을 입힐 가능성이 아주 크다는 겁니다. 회복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때에는 에픽테토스의 태도가 올바른 대응 지침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모든 불운이 아무리 심한 것이라고 해도 좋은 행동을 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모든 불운은 유용한 것을 배울 기회이며, 우리가 할 일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모든 끔찍한 타격을 건설적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생각은 매우 합당해서 수 세기에 걸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비롯한 최고의 로마 황제들에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여러분은 에펙테토스가 직접 쓴 묘비명을 기억할 겁니다. 거기에는 "여기 노예이자 불구였고, 더없이 가난했으나 신들의 가호를 받은 에픽테토스가 묻혀 있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 가난한 찰리의 연감 / 찰리 멍거
 
 
어제 오후에 경선생의 고등학교 배정 발표가 났다. 
지난 25년 12월 연말은 집안 전체가 우울한 연기로 가득 찬 것 같았다.
그저 특목고를 불합격 했을 뿐이지만 당연하게 합격이 된다는 교만한 생각으로 이후 학교의 배정 전략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즉, 플랜 B 없이 강행했던 것인데 그렇다고 합격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돌이켜보면 부모로서도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가 대치동 학원 이야길 할 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일침 하기도 하고(대체 내가 뭘 안다고!)
스스로의 힘으로 헤쳐나가고 고민해야 된다며 마흔 중반이 넘은 나 자신도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아이에게 요구했었다. 
 
모든 것을 아이의 고등학교 입학 일정과 맞춰서 이후의 이사를 계획하는 등
정리를 해 두었는데 일순 틀어지자 어디서부터 이 쓰러진 도미노를 다시 세워야 할지 막막했다.
 
다시 한번  느끼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간 한 달여 시간 동안 집에서 10km 가 넘는 학교에 배정되면 어떻게 하나 라는 걱정과 불안으로 나날을 보냈다.
 
드디어 어제 발표가 났다. 
1순위 지망자도 가끔 배정이 안된다는 정말 집 앞 학교로! 
큰 전략 없이 무지성으로 2순위로 넣어놨는데 이건 기적이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어 그저 감사했다. 
교회의 중보기도팀과 친정어머니의 청원기도 덕분이지 않을까. 
 
 
말 그대로 한 시름 놓은 기분이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고 남편은 소회 한다.
 
찰리 멍거 선생님은
모든 불운은 유용한 것을 배울 기회이며
우리가 할 일은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고 모든 끔찍한 타격을 건설적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이라 한다. 
 
 
그저 아이가 특목고 입학에 좌절을 겪은 것뿐인데 
우리 부부는 왜 이리 당황하며 자기 연민까지 빠졌는가 돌아보면
그 이후로의 플랜을 생각해 두지 않았고 더 이상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 그저 발표만 기다려야 되는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회사 일을 하더라도, 적어도 무슨 일을 할 때면 만약이라는 가정을 하는데 왜 그랬는지 나도 도대체 모르겠다.  
특히 무지성으로 1의 전략도 없이 떨어질 가능성이 확연한 집 앞 학교를 2 지망으로 당당히 올려 가족들의 원성을 샀었다. 
남편은 이 부분을 나에게 전적으로 맡긴 걸 후회한다며 여러 차례 말하기도 했다.(그럼 앞으로 본인이 하셔라....)
 
 
 
 
돌아보니 부족한 것들이 떠올라서 지난 한 달 마음이 불편했다.
아이들보다 회사일에 더 집중했는데 연말에는 언제까지 이런 성과를 낼 거냐는 매서운 일갈을 받았다. 
바닥난 인내심으로 집에 돌아와 아이들 저녁은 제대로 챙겨주지도 못했다. 
그저 몰입했던 것은 달리기였다. 
 
 
먼 길을 돌아 돌아 드디어 제 자리에 왔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이다. 
경선생은  새벽 6시 40분쯤 아빠와 함께 집을 나서서 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강행군을 3주째 지속하고 있다.
하루 이틀 지나서 힘들다고 포기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다행히 끈기 하나로 버티는 듯 싶다.
남편도 덩달아 새벽별 보고 회사를 가는 중이다.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본 한 달이었다. 
부족한 자존감을 남들의 인정에 기대하다가 그것조차 여의치 않자 
아이의 잘하는 모습에 취해 아이를 통해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지.
 
 
어쩌면 높으신 분이 내게 주려는 철퇴 같은 메시지였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도 그분의 가르침이라면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면 될 것이다. 
 
고생했다 말하며 아이의 등을 쓸어주고  
지금 하고 있는 수업의 진도와 일정에 맞는 학원들도 체크해 보고 
좋아하는 음식과 간식을 챙겨주고
딱딱해진 승모근을 마사지 해주기도 하고 
 
 
드디어 고등학생이다.
3년 후에는 아이도 나도 최선의 결과에 웃게 되기를 바란다. 
 
 

3년 후 보람찬 결과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