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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잃어버린 나의 밤 그리고.

by 와락 2010. 6. 25.


경으로 인해 나는 밤을 잃어버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나의 밤은 삼등분이 되었다.
열시면 잠이 들어, 두시에 한 번, 다섯시에 한번 정도 일어나 수유를 하거나 유축을 하게 되어 말이다.

남편과 도란도란 하루 일과를 이야기 하며 잠자리에 들었던 날들이 어렴풋하게 생각이 날 정도니
(그래봐야 불과 40여일 전인데,,)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돌아서면 배고프고, 눈에 보이는 것들을 모두 위장으로 털어 넣은 후
공연히 화장실 앞 체중계에 화풀이다.


뱃살은 빠지지 않고 손목과 무릎은 시큰거린다.
폭삭 늙어버린듯한 얼굴
거울 속의 낯선 여인이 묻는다. '누구냐 넌.'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대한민국의 '아줌마' 카테고리로 분류된 나는

모든 화폐단위를 기저귀갯수로 환산하고
매일 육아카페에 드나들며 초보맘들의 고충이 담긴 게시물을 읽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래. 나만 힘든게 아니었어.'

그리고, 어쩌면 멀지 않은 미래에는
이상한 나라의 사교육 시장에도 기웃거리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이렇게 육아에 온몸을 다 받쳐 힘쓰고 있는데.
남편은 어제 야간대학원 합격소식을 전해주었다.
사실 원서를 낼때부터 그가 붙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내심 불안했다.
역시나. 예감이란.

'축하해'라고 말은 했지만
등록금 걱정과 '육아는 또 내 차지란 말이냐'라는 불만이 스물스물 피어올라
쿨하게 축하해 주지 못했다. 



아기를 낳으면 날개옷을 돌려주겠다는 나무꾼의 말을 믿은 선녀의 마음을 알 것도 같다.
약속대로라면 나는 지금쯤 드넓은 그 곳에 있을테니.

하여, 그에게 '선녀와 나무꾼' 이야길 들려주며
나의 날개옷은 언제쯤 줄것이냐 물으니 시덥지 않은 이야기 뿐



언젠간 내게도 다시 기회가 오겠지
시경이 조금만 더 크게 되면 
아빠가 숨겨 놓은 '그것'을 찾아오라고 맹훈련을 시켜보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