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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일요일 오전 11시

by 와락 2012.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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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중 내게 가장 소중한 한 시간.

아홉시 예배를 마친 후 시경을 유치부에 맡기고 시성이를 유모차에 태워 스타벅스에 온다. 남편은 대놓고 나에게 '된장녀'라 하지는 않지만. 나같은 뇨자들 땜에 스타벅스 커피 값이 비싸다며 핀잔을. 하지만 상관없다. 고작 일주일에 하루. 이 시간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곳에서조차도 남편님의 공부를 위해 꼬맹이를 재우는 일은 나의 차지가 아닌가.



일요일 오전 11시. 바닐라라떼. 그리고 이 장소-특히 창가 테이블-이 나에게는 몹시 중요하다.


책을 읽기도 하고. 때로는 시성이가 잠들지 않아 안고 달래기도 하고. 남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의식하지 않은 척 하면서도 옆 테이블 남녀의 대화에 귀 기울이기도 하고. 창문 밖 광경에 빠져들기도 하고. 달리는 차. 꽉 조이는 운동복을 입고 자전거 타는 아저씨.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이어폰을 끼고 힘차게 걸어가는 학생.

대부분 이 시간은 조용한 편인데. 교회에서 한 무리의 가족들이 와서 그런지 산만하고 시끄럽다. 겨우 잠든 시성이가 깰 정도.


유치부 끝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시경을 데릴러 곧 가야지
달콤한 이 시간. 한주 후에나 다시 맛볼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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