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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람공부

by 와락 2017. 10. 26.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대학원 졸업과 더불어 목표가 되었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지만 불안이 높은 나이므로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고 말았는데

이미 동기 중에는 학교를 휴학하고 센터에 들어가 수련을 받는 분도 있다. 



정혜신 박사님은 세월호 현장에서 사람의 마음을 공부하는 전문가들이 모여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겪는 유족들에게 

'이론으로 무장' 한 채 내 앞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에 대한 뜨거운 집중 없이 학교에서 '배운대로' 공감과 위로를 하다가

오히려 유족들에게 깊은 상처와 상담에 대한 불신을 준 사례를 들며 자격증 이상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지만 나는 일부 동의 한다.

학위 및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데 자격증이 있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바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교수님들은 수퍼비전이란 형태로 뭐랄까. 

도제식으로 이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라 ...아직 깊숙히 들어가서 경험한 것은 아니지만 근처를 맴돌며 지켜본 바로는 그러했다. 

그러다 보니 자격증 효용성과 그 가치를 지키려 노력할 수 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과정마저 없다면 어떻게 수련해서 좋은 상담자가 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개인적인 삶과 공적인 삶을 나누고 여기서 발생하는 건강한 갈등에 대한  부분도 인상깊었다.  

현장에서 지칠 수 있고 아플 수 있으므로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거리 조절을 하며 오래 활동하기 위해 

개인적인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자기 보호를 하는 것. 





밑줄 그은 구절


'상담이란 모름지기 이러이러한 것이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거나

'내 전공은 무슨무슨 심리치료 기법이다'라며 상황보다 자신의 전공분야에 대한 몰입이 더 강한 경우가

현장에서 심리상담이나 정신의학이라는 학문을 더 쓸모없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이 도식적으로 적용하는

전문지식이 현장에서 여러 문제들을 일으키는 거죠. 그렇다면 그때의 전문가란 무엇일까요. 그가 그간 공부해왔던 

공부는 그럼 무엇일까요. p54



  치유란 그 사람이 지닌 온전함을 자극하는 것, 그것을 스스로 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그래서 그 힘으로 결국 수렁에서 걸어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돕는 과정이 되어야 하는 거죠. p 55




 우리는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에요. 어떤 경우에도 어떤 인간에게도 전적으로 공감하고, 전적으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그걸 알아야 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도 비난하지 않아야 해요. 

그러면서도 내가 왜 그런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합니다. p75



줄타기하는 광대를 멀리서 보면 여유롭게 줄 위에 서 있는 것 같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한손에 쥘부채를 들고

끊임없이 중심을 잡고 있는 거잖아요. 끊임없이 흔들리기 때문에 떨어지지 않고 정물처럼 서 있는 거죠. p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