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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feat.근력운동)

30일 달리고 난 후

by 와락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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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개개인의 한계 속에서 조금이라도 효과적으로 자기를 연소시켜 가는 일,  그것이 달리기의 본질이며, 그것은 또 사는 것의(그리고 나에게 있어서는 글 쓰는 것의) 메타포이기도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의견에는 아마도 많은 러너가 찬성해줄 것으로 믿는다. 

 

무라카미 하루키 /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 중에서 p129

 

 

 

30일 연속 달리기에 성공했다. 

처음 5km를 초과하여 달린 날 무척 기뻤는데

매주 전주대비 10% 이상씩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하다 보니 한 주에 20km를 넘게 달려보기도 하였다. 

 

 

달리면서 전에 알지 못했던 감사함이 있다.

토요일 아침, 근처 체육공원의 육상 트랙을 달려볼 수 있어 설렌다. 

롤모델 분들과 같은 공간에서 달리는 것이 즐겁다. 

운동을 전공하는 듯한 20대 마른 체격의 탄탄한 근육질 몸의 러너를 보았는데 

정말 우아하게 리듬을 타며 달리고 있어 먼 발치에서도 찬사가 절로 나왔다.

 

NRC 앱에 매일의 기록을 남기는 자신의 꾸준함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39일까지 연속 달리기를 마치고

오른쪽 종아리 알이 풀리지가 않고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잠시 멈추었다. 

매일 스트레칭과 폼롤러로 종아리 알을 풀려고 했지만

연속 달리기는 무리였던 듯 싶다.

 

한 2주 가량 

퐁당퐁당 달리기를 시도 중인데 

오히려 km당 속도도 빨라졌고(의도치 않게) 거리도 늘었다.

 

결국 어느 정도는 회복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럼에도 청명한 하늘을 보면 예전에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운동화를 신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달리기 혹은 주중에 병행하는 필라테스를 중요한 일정으로 두다 보니 

늦은 시간 가끔 한 잔 하던 맥주도 거의 마시지 않는다. 

 

 

11월에는 손기정 마라톤 대회 10km도 신청해 두었다.

 

 

그리고 30일 달린 나를 위해 

룰루레몬에 달려가 새로운 러닝용 브라도 구매했다. 

장갑과 기능성 긴팔, 이어워머도 구매하고 싶었지만 그것은 10월을 꾸준히 달린

1개월 후의 나에게 선물하기로 한다.

 

 

하루키 작가님도 말씀하시지 않은가.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금밖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09월의 달리기 기록, 총 95.9km
나에게 주는 선물, 10월의 나님이여 분발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