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매일

고강도운동으로 마흔부터 치매예방(f45를 시작하며)

by 와락 2024. 2. 8.

 

 

고강도 운동을 꾸준히 하는 습관은 부작용이 별로 없는 치매예방약을 평생 복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정희원 

 

 

 

 


본격적인 마흔 중반이 되면서(말하면서도 뜨끔... 이미 오래되었으나 인정하지 못한 거 아닌가)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달리기도 시작하고 필라테스도 주 1회 이상 퐁당퐁당 다니고 있는데

근골격계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약한 강도라 아쉬움이 있었다. 

 

어느 날 점심 먹으러 갔다가 

한 운동센터에서 20명 남짓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요란하게 몸을 움직이며

타바타 운동처럼 1분 남짓 하고 이동하고를 반복하길래 무슨 운동인가 싶어 알아보니 

F45라는 크로스핏과 유사한 운동 프로그램이었다.

 

딱 붙는 레깅스와 운동용 브래지어만 착용하고 남녀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이 꽤 부담스러웠는데

막상 체험을 하고 나서 알았다. 남을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 나를 보고 평가하지 않는다는 것도. 

혹여나 평가를 한다 하더라도 그게 무슨 상관일 것이며. 

 

 

앱을 깔고 신청하면 약 5일간의 체험 시간이 주어지는데

한 4일 정도 꾸준히 나가고 결국 30일 멤버십 체험권을 결제했다. 

약 2주 좀 넘게 참석 중이다. 횟수로는 10회 가까이하고 있는데...

정말 왜 이 돈을 내고 이런 고문 같은 시간을 맛보아야 하는가 싶다가도

달리기와는 또 다르게 '몰입'의 순간이 있고 끝나고 나면 성취감이 있다.

너무 힘들기 때문에 다른 걸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해야 할까.

 

3인, 혹은 4인 정도로 한 조로 묶여(운동은 다 따로 하지만)

45초 운동, 15초 휴식의 형태로 고강도를 하는데 

버핏테스트부터 시작해서 덤벨, 케틀벨, 봉(?) 을 들고 움직인다. 

헬스도 제대로 다녀본 적이 없어서(러닝머신만 하고 돌아오고) 근력을 쓰는 운동이 어렵기도 하고 

다칠까 두려워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있다.

8kg를 양쪽 손에 거뜬히 들고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30대 언니들을 보며 부러워하면서. 

 

그러던 와중에 

아마 외국계 회사에 다니시는 것으로 추정되는 듯... 교포 느낌 물씬 나는 50대 언니를 보았다.

양 어깨에 문신이 있고, 흰머리도 섞여 있는데 포니테일 스타일로 질끈 머리를 묶고 

소매가 드러난 검정 브라탑을 하고 레깅스를 입은 채 무심하게 근력 운동을 하는 언니.

 

달리기를 시작할 때도 트랙위를 달리는 멋진 50대(추정) 언니를 보며 힘을 얻었는데

F45에서도 그런 분을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젊은 분들이야,  체력도 좋고, 신체 조건도 좋고. 모든 게 월등해 보이나

50대 언니들을 보면 '아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고 힘이 난다. 

이렇게 매일 매일 A4 한 장을 쌓듯이 운동을 하다 보면 50대의 내 모습도 꽤 탄탄해 보일 수 있겠구나. 

 

 

 

주말에 달리기도 하고 

주중에는 필라테스, 고강도운동까지 하는 나를 본 남편은 올림픽 나가냐고 묻더니

급기야는 유튜브에 올라온 '운동중독' 관련 영상까지 보냈다. 

 

 

운동중독까지는 모르겠고 

'몰입'에 도파민이 뿜뿜 나오는 중인 것은 맞는 듯하다.

 

달리다 보면 내 다리가 움직이고 있는 건지, 풍경이 이동하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될 때가 있는데  

그 짧은 찰나의 순간들이 행복하고 

4.3.2.1 한 번 더!라고 외치는 운동센터 코치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버티려 노력하다 끝내고 난 후  '오 해냈구나' 하는 그 흐뭇한 순간이 좋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인정하는 시간들.

20대, 30대에는 나를 많이 사랑해 주지 못했는데

마흔이 지나서야 스스로를 아껴주고 있다. 

 

 

고강도운동을 하다 보니 헬스 근력운동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욕구도 생기는데

당분간은 더 다녀보고 결정해 보려고 한다.

 

계속 진행해 보시죠. 

 

 

아직 나는 봉 하나 들기도 벅차서 무게는 달지도 못하지만, 올해 안에는 2.5kg를 양 옆 봉에 달고 웃으며 앉았나 일어났다를 하는 날이 오기를 몇 개월 후의 나에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