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웃으며 사무실을 나왔지만 씁쓸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서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서운하다는 감정에는 폭력적인 데가 있었으니까.
넌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라는 마음.
서운함은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그런 감정들과 아주 가까이 붙어 있었다.
그녀는 다희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싶지 않았다.
최은영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중 <일 년>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라고 쓸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 해 여름은 정말이지 찜기 안에 갇힌 것 같았다'라고 기억될 만한 8월을 보내고 있다.
그럼에도 출근길에 노란 빛을 살짝 내비치는 가로수들을 보면 이 더위에도 본인의 할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수도승 같은 모습에 존경심을 갖게 된다. 날이 무더워 일 하기 어렵다고 하는(그것도 대부분의 시간을 에어컨 옆에 시원하게 지내면서) 나와 같이 나약한 사람은 가로수앞을 지날 때에는 고개를 숙여야 한다.
최은영 작가의 책을 읽을 때 마다 매번 감탄한다.
어쩌면 저리 세밀하게 표현할까.
원망보다는 옅고 미움보다는 직접적이지 않지만 요즘 나는 툭하면 서운하다.
정희원 교수님의 해석에 의하면 '꼰대가 되는 것도 노화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유동지능이 떨어지는데 30대 후반부터 전두엽 기능이 서서히 나빠진다고 한다.
문제는 이 전두엽이 합리적인 판단을 돕는 중요한 뇌의 영역인데
타인에 대한 공감, 복합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화만 많아지게 된다고 한다(뜨끔뜨끔)
나의 서운함은 대체 어디서부터 인가
무엇이 서운한가
내 뜻대로 반응해야 해, 라는 마음
그럴 수 있지 말은 하면서도 옹졸한 마음
교수님 말씀에 의하면
정갈하게 먹고, 술을 줄이고, 잘 자고 운동하기.
그럼 점차 화도, 스트레스도 번뇌도 줄어 든다고 한다.
음주도 하고 있고, 7시간 이상 자고, 운동도 주 5회 가까이 하지만
단순당과 정제곡물을 자주 먹고 있어 아직 '화'도 '스트레스'도 줄어들지 못한 것일까.
서운함을 느끼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어려울 듯 싶다.
아. 그러셨습니까. 라고 하고 '웃어보기' 처방을 나에게 내려본다.
나이가 들었다고 속은 그렇지 않으면서 좋은 사람입네 하고 싶은 건 아닌지
속은 그렇지 못해 불일치를 견디지 못하는 나에게 삼국지 조조의 짤을 선물해 봅니다.
잘 들어라
사람은 욕 먹어도 안 죽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