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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내 버스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by 와락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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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내가 운전하는 버스같은 거임.내 버스가 차고지에 갈 때까지,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있을 사람은 나 하나뿐. 

나머지는 전부 손님이고, 언젠가는 내릴 뿐임. 기사는 손님이 내려도 울면서 슬퍼하지 않음. 자연히 그런 법이고, 또 새로운 손님들이 가지각색의 이야기와 함께 탈 테니. 아무도 내리지 못하면 아무도 타지 못함. 

- X에서 본 글- 

 

 

 

교회 다락방 순장님이 개인적인 이유로 순장직을 그만 두시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가식적인 친절함도 없고(교회를 다니지만 교회 자매님들의 투머치 친절함이 늘 불편했던 나이기에)

말주변도 없어 보이시는데 애써서 기도도 해주시고(그 기도문이 매번 정성스러웠다)

베풀어 주시려 노력하시는 모습에 감사했다.

나는 생색을 잘 내는 사람이라, 생색내지 않으려 하는 분들을 보면 리스펙하면서도 따라하지는 못한다. 

 

 

 

다락방을 그만두시게 된 이유가 가족들 이슈가 아니라 본인의 성장, 자기계발이라서 기뻤다. 

(시부모님을 돌보아야 되거나, 생계 때문이라면 마음이 착잡했을 것 같다)

대학생, 고3 아들이 있는 대한민국의 8남매 중 막내 며느리인 그녀는 50이 넘어 본인이 성악에 달란트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그 길을 향하고 있다. 최근에는 연주회도 하고, 최고연주자 과정을 등록해서 2년 남짓 더 수업을 들어야 하신다고 조용히 말씀하시는데 설렘이 묻어 있다.

 

직장 다락방이 처음이지만 늘 사람들이 바쁘기도 하고 

관계에 지나치게 집착하지도 않고(서로에 대해 너무 알려하지도, 본인을 너무 드러내지도 않아서) 좀 편하기도 했는데

그것 또한 리더가 만들어주는 분위기라는 것을 이 분을 보면서 느꼈다. 

 

지금 돌아보니 적당한 경계를 지켜주시고 계셔서 감사하면서 동시에 '단단함'이 느껴졌는데

그렇다. 자기 성장을 향해 한 발씩 내 딛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 상담대학원 다닐 때 저녁도 못 먹고 퇴근 후 학교 가는 길이 힘들면서도 늘 설레고 기대감에 들떴는데

순장님에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어떤 버스를 몰고 있는지.

내 버스에 탄 손님들은 언젠가 내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그리고 그들을 적당한 시기에 내려야 또 다른 사람들을 태울 수도 있고. 

언젠가는 내리고, 방향이 맞으면 다시 탈 수도 있고. 

 

 

8월의 퇴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