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가 컴백을 했다.
이십 대 중반, 오양이 나와 정지에게 새로 나온 아이돌 '빅뱅'을 모른냐며 타박을 준 기억이 난다. 무슨 뱅? 이라고 되물었던 기억도 어렴풋 난다. 거짓말 몰라? 어 몰라. 참 나 너희들 너무 모르는 거 아니니. 무지한 우리들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다그치던 오양도 젊었구나. 지금은 모른다고 하면 그러려니 하는 오양이다.
그 해 회식 때 노래방에서는 빅뱅의 거짓말을 모두가 불렀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승승장구를 했고 나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무한도전에 간간이 나오는 GD를 봤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그저 빛나는 아이돌. 형돈이와 가요제를 하면서 케미를 보여주는 아이돌.
이제 나는 마흔 중반이고
소년미 뿜뿜 어리던 그 친구도 서른 일곱이라고 한다.
여러 사건을 겪고 그는 다시 앨범을 냈는데, 그의 새로운 뮤비 댓글에 나와 같은 나이대로 짐작되는 이들의 응원댓글이 달려 있었다. 노래방에서 부장님 앞에서 부르던 거짓말을 이야기하면서.
예전에는 GD의 노래가 좀 시끄러웠는데
지난 번 러닝할 때 들으니 달리기 비트에 최적화된 노래들이었다.
그리고 레전드 댄서라는 제이블랙이 리뷰하는 GD의 무대를 보니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
이게 바로 춤이에요. 잘하려 애쓰지 않고. 노는 거죠. 이걸 플레이한다고 해요.
이게 짬밥이라는 거에요.
나는 지디가 노래하고 춤출 때도 야근을 하며 엑셀을 돌리고 문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 후로 10여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엑셀을 켜 놓고 숫자를 무심히 바라본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맴도는 기분인데(심지어 그때 엑셀 하던 수준보다 나아지지도 않았다)
대체 나는 언제쯤 짬밥이 생기냐. 이제 생길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나 자신이여.
나는 한 번도 GD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퇴근 후 형돈이와 함께 한 가요제 영상을 무한 돌려보면서
싱그럽게 웃으며 수줍어 하는 그를 넋놓고 바라본다.
이 와중에 데프콘은 왜 이리 재미있는가. 나는 늙었가고 있는데 오히려 나솔에 나오는 데프콘의 시간을 거꾸로 흐르는 듯 싶다. 이런 나를 보는 남편은 내가 과거를 회상하길 좋아하는 사람이라며 일침을 놓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돌아보니 나는 그 시절에도 투덜대며 힘들어 했지만 삼십 대였고 지금보다 머리숱이 많았고(남편도 마찬가지)
다음 날 일어나서 커피 한 잔이면 금방 정신을 차렸다.
토요일 저녁이면 시댁에 가서 시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설거지 정도의 봉사만 하고 거실에 앉아 무한도전을 보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에 오던 그때가 그립다.
언젠가는 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나를 그리워하겠지요.
이 글을 볼 나에게 묻고 싶네요. 그때의 나는 짬밥이 좀 생겼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