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일요일 오전
매주 찾는 스타벅스 실내가 조금 바뀌었다. 우리가 즐겨 앉던 창가 3인석 테이블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불편하기 짝이 없는 소파가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창가 테이블에 사람들이 너무 오랜시간을 보내고 있어 회전율을 높이기 위함인가.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는 뻔뻔하게 4인 테이블에 앉았다. 그나마 빛이 들어오는 자리라서.
남편님이 시킨 바닐라라떼
"엇. 오늘은 다른날 보다 좀 덜 달아요"
"그건 그 동안 당신이 쇼트만 먹어서 그래. 오늘은 톨 시켰어"
"올. 스타벅스 라떼 인사이트 돋네요. 역시 VIP라 그런가요"
"후후. 난 골드"
별 쓰잘데기 없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누가봐도 교회 형제자매님으로 보이는 일행이 들어오자 그들의 열정적인말씀나눔에 동참하고 싶지 않은 우리는 일순 긴장했다. 그리고 테이블쪽이 아닌 안쪽 코너로 이동하자 누가 먼저랄거 없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남편은 공인중개사 교재를 앞에두고. 나는 시성이 유모차를 쉬엄쉬엄 밀면서 창 밖을 내다보았다.
"아아
나 이 노래 좋아하는데. 이 노래 들으면 맥주 먹고 싶더라 "
"엉 나도알아요 꽌도꽌도꽌도"
나의 저렴한 발음에 남편은 그저 웃을 뿐.
"오늘은 책도 안가져왔나보네"
"네. 잉여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 아무것도 안할려고요."
"엇. 시성이 눈 떴다"
"..........."
잉여력을 충전하려 왔건만 좁은 스타벅스 실내에서 유모차를 이리저리 밀고 다닌다. 잉여력 대신 체력 충전이랄까. 다행히 기저귀는 아빠가 갈아주시네. 이럴때만큼은 스윗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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