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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전세만료 되는 시점에 어디로 이사가야 하나 한창 고민할 때
남편이 지나가는 말로 '여보 제주도로 발령나면 좋겠다' 라고 했었다.
둘 다 '그러게' 라면서 웃고 말았는데.
이번 주 목요일, 제주에 집을 보러 내려간다.
모든 일들이 갑작스럽게 결정되고, 생각보다 수월하게 해결되고 있다.
제주도에 있는 팀으로의 트랜스퍼. 공식적인 발령은 조만간 진행될 것이고,
그에 따라 처리하고 양해를 구해야 할 일들은 산적해 있지만, '말하는 대로' 되었다.
모든 일에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기에
내가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수 있겠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니
지금은 충분히 기대하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
외벌이의 고달픔은 있겠지만,
돈을 벌기 시작한 후로, 단 한번도 자발적생계부양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었으니. 그 부분은 일단 패스.
남편에게는 논문을 쓸 시간, 골프를 배울 시간, 아이들을 만지고 어루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육아의 시간을
보낼 기회를 주는 것이니.
엄마에게는 당분간 육아의 고통에서 벗어날 시간. 그리고 본인을 보살필 시간을.
아이들에게는 아빠와의 시간. 그리고 차도와 답답한 아파트 주차장이 아닌, 바다가 보이는 해변도를 거닐 여유를.
그럼 나는? 그 답은 내가 다시 찾아야겠지.
가족을 위한 희생의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남편말대로 불행할 것이고.
나에게는 이런 풍경이 있을테니
일을 하다 올려보면, 옆 건물 아저씨의 담배피는 모습 대신
한라산과 끝없이 펼쳐진 구름을 보게 되겠지.
그래,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