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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진격의 여인

by 와락 2013.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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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동안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매일 새벽 골프연습장에 간 효과가 있었던지 

지난 주, 행사 때 나는 '이과장님, 굿샷'이라는 말도 안되는 칭찬을 받았다. 

 결코  잘 해서가아니라, 3개월 입문자 치고는 필드에서 공을 띄운 것이  나름 대견하다는 이야긴데,

나도 모르게 우쭐해져 무리를 했는지, 오른쪽 무릎에서 딸깍딸깍 소리가 나고 불편함이 느껴져 

병원에 가니 '연골이 닳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3개월 배운 후 '필드 나가서 공 치기' 목표는 달성했지만.(스코어는 118개) 

무릎을 잃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슬개골 연골이 닳았다. 


'중용'이란 내 사전에는 없는건가.

언제나 넘치거나 부족하거나, 후진은 없고 전진만 하는 나의 어리석음. 



10월 마지막 날이다. 

올해가 이렇게 또 흘러가는구나.



작년 이맘 때, 출장 차 스페이스에 온 날 점심을 먹으며 꼭 제주로 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일년 후 이곳에서 김장 배추를 키우고 있다니. 




2007년부터 시작한 이 블로그에 기록된 나의 사소한 일상들.

소망하고 말한 것이 진짜 현실이 되어 놀라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져 그저 높으신 분의 뜻이라 생각하며 순종하기도 하며

어리석고 우매하지만, 어쩔 수 없는 나 자신을 기록하고 짧은 순간이나마 반성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은 지난 몇 년간, 참 다이내믹했지만

올해와 같은 해는 없었던 것 같다. 

남은 2개월을 잘 보내기 위해, 소소한 기쁨을 하나라도 놓치지 말고 기록해 둬야지. 

어차피 내 뇌는 굉장히 이기적이라, 내 편한대로 모든 것들을 미화시켜 좋게 기억해 두니까 말이야. 





라헨느 골프장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그저 휘두르기만. 






출근길, 주차장에서 바라본 10월의 마지막 날. 




까무잡잡해져버린, 누가봐도 제주 아이들이 되버린 딸들. 

하지만, 사람들은 계속 아들이 둘인걸로 알고 있다. 이보세요... 분홍바지 안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