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내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풍경이 아름다워 핸드폰의 파노라마 기능으로 가을 하늘을 찍었다.
아웅다웅 하지만, 가장 좋을 것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사람이 남편인걸 보면
아직 애정돋는 부부(?)
지난 주, 버스커 버스커 2집을 다운로드 받은 후 줄기차게 듣고 있다.
'잘할 걸' 노래를 듣다 완전 감정이입 되서 울컥.
조금 더 참을 걸. 조금만 더 잘할 걸.
예전 남친 뿐만 아니라, 이제는 다른 회사로 이직 한 회사 동료들. 연락 안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나 뒤늦게 페북을 열고 친구요청에 수락도 하고, 댓글도 남기고, 좋아요도 누르고.
(장범준, 넌 대체 내게 뭘 한거니?)
그러다가 누군가의 페북에 들어가 또 나와는 다른 화려한 삶을 보고 초라함을 느끼다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살이 찌고, 조금 늙은 모습에 슬펐다.
(솔직히 말하자면 약간 실망하면서, 동시에 안도하기도. 완벽한 바디라인까지 갖췄으면 너무 비인간적인거 아님?)
가을이다.
배추는 벌레 먹은 잎들의 구멍이 커지긴 하지만, 그래도 잘 자라고 있고 -점심마다 농약을 주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생애 두 번째로 골프장에 가서-나인홀 이긴 했으나- 장대비를 맞으며 무리수 골프를 치다가 후회 중.
단조로운 일상에 커피를 마시는 일이라도 '특별하게' 느끼고 싶어, 머그컵을 바꿔봤으나, 실리콘 냄새가 진동해서 실패.
그래도 오늘 저녁, 혼자 보기 아까운 제주의 가을 하늘을 내 핸드폰에 남길 수 있어 얼마나 좋았는지.
평온하고 고요한 9월의 마지막 날.
내일은 10월이 시작된다.
좋구나. 가을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