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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평온과 불안사이

by 와락 2013.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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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엄마 덕분에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제주 라이프는 한결 편안해졌다.
주 2회 정도는 동네 언니께 부탁해서 아이들을 맡기는 터라 엄마에게도 저녁시간을 선물해 드릴수 있게 되었고, 
무엇보다 나는 숙제같이 느껴지던 '골프'를 배우게 되었다.


매년 가을마다 내가 속한 팀에서는  협력업체 대상으로 골프 행사를 하는데, 나만 제외하고 모두 골프를 잘 치시는 터라..
강권할 수는 없으나, 그래도 하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으셔서(다들 말씀은 안하셨지만)
어찌 되었든 시간도 체력도 부족한 나지만 배워보기로 작정하고 연습장에 가서 두달 조금 넘게 레슨받는 중이다. 


7시에는 돌아와서 준비 해야 아이들 어린이집도 보내고 회사 출근도 가능하므로, 
5시 40분쯤 출발해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한 후 집에 온다. 
개인 레슨도 받는데, 중학교 때 엄마가 큰맘 먹고 과외 해 주신 이후로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수업 받는 것은 처음이다. 


무엇보다, 매일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장에 나가는 내가 스스로 대견하기도.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학창시절 공부를 했었으면 하는 뒤늦은 반성. 
(연습장 티칭 프로는 이런 내게 참 알차게 배운다며, 칭찬인지 뭔지 알수 없는 이야길)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텃밭에 심은 배추에 농약을 뿌리고 한 바퀴 돌고 와서 

한우리에서 하는 '유아독서지도사'자격증 인터넷 강의를 20~30분쯤 듣는다. 

매일 한 시간 이상 아이를 위해 책을 읽어주면서도, 뭔가 부족한 듯 해서, 지적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강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듯 싶다. 민간자격증인데, 시험은 따로 없고 강의만 80% 들으면 수료증 형태로 발급되는 자격증.




점심 시간이 끝나면 아무일 없었다는 듯 다시 각종 계약서와 품의 문서들을 펼쳐놓고  

허리를 세우고는 곧은 자세로 자판을 두드린다바람에 실려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믹스커피도 마시고.

계약서 조항과 단가내역을 꼼꼼히 살피다가, '우리집 살림을 이렇게 했으면 지금보다 훨 나았을텐데' 라는 생각도 해보며.

뒤늦게 가계부앱을 다운로드 받아서 1,200원짜리 커피의 카테고리를 문화생활비로 해야 할지, 식비로 해야 할지 살짝 고민한다. 





불과 일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감사하면서도 불안하기도 하다. 태풍이 지나고 겨우 잠잠해진 바다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랄까.






거리 잘 나왔다고 순간 캡쳐 했는데, 이후로는  계속 60m만 나옴







지난 번 수박 이후로, 텃밭에 필받으신 어머니께서 배추 심어 김장을 하시겠다며...

매일 낮에 농약 뿌리고 물 주는 건 내 임무. 

배추 벌레 때문에 다른 채소들처럼 유기농은 불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