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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사람을 만나러 간다

by 와락 2013.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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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만나러 간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사람을 만난다는 게 전혀 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도 나의 만남은 지속적이고 끈질기다. 

나는 조바심이 많은 문학이다. 징그러울 정도로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둘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가겠는가. 

우리는 시적으로 충분히 지쳤다. 둘 사이에 

어떤 시도 오고 가지 않지만 우리는 충분히 

괴로워하고 있다. 그 얼굴이 모여서 

시를 얘기하고 충분히 억울해하고 짜증을 부리고 

돌아왔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더 만날 것도 없는 사람이 더 만날 것도 없는 

사람을 만나러 간다. 시를 얘기하려고 

오늘은 내 주머니 사정을 들먹이고 

내을은 내 자존심의 밑바닥을 꽝꽝 두드리고

망치나 해머 뭐 이런 것들로 내 얼굴을 때리고 싶은

상황을 설명하고 그럼에도 꺼지지 않는 불씨를 들먹이는

너를 만나러 간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너 또한 내일은 사람을 만나러 간다. 꺼지지 않는 불씨를

확인하려고 네가 만나는 사람과 내가 만나는 사람. 

거기서 시가 오는가? 거기서 시를 배우는가? 

우리의 만남이 전혀 시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도 시에 대한 얘기는 끝이 없다. 억울할 정도로 

길고 오래간다. 꺼지지 않는 이 불씨가 

시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아니다. 사람을 만나러 간다. 



                              김언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 중에서 









김언 시집을 샀다. 

시집을 사본게 손에 꼽을 정도. 



퇴근 전, 입술을 달싹거리며 가만가만 읽어본다. 

7시가 넘으면, 무거운 엉덩이를 의자에서 반쯤 떼면서

살짝 눈치를 보며  인사를 하고 나선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향해 걸어갈 때마다 

어디론가,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그 누군가는 금쪽같은 내 새끼들이 아니고 

그냥 사람. 전혀 시적이지 않은 만남이라 할지라도 

가끔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