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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린인

by 와락 201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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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화장실에서 마주치면 간단한 안부를 묻던 사이인 그녀가 2월까지만 나오고 그만둔다고 한다.

업무적으로 함께 할 일이 많지 않아 그닥 친하진 않았지만, 나이도 같고,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만으로 

'동지애'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녀는 담담한 얼굴로 전업맘으로 살거라 전했다. 

결정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을까.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수 있을 것 같았다. 

친했던 사람들이 떠나는 것보다  꿋꿋하게 다니고(혹은 버텨내고)있다는 사실만으로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던

'동지'가 그만둔다니 그녀의 선택을 진심으로 응원해주면서도 동시에 착잡한 마음이 든다. 



내가 뭐라고, 나는 악착같이 버티는걸까.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홀가분하게 '이제 아이들에게 돌아가요'. 라고 하는데.

나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게 맞는 걸까. 


한 동안 조용하던 나의 '죄책감 공장'에 다시 빨간불이 켜지며 가열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어딘지 모르게 촌스러운 아이들의 옷차림 부터, 아직도 기저귀를 차고 다니는 둘째 녀석의 늦은 배변훈련.

적기교육이 중요하다며 발뺌을 하고 있지만, 다섯살이 되면 한글을 모두 읽는다는데 우리 첫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들. 아이들을 양육하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지만 엄마가 직장을 다니면서

하는 건 정말 안되는걸까?  퇴근할 때마다 주시경이 '엄마 오늘 늦었어. 내가 기다렸거든' 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쩔쩔 매는 것이 맞는걸까. 




'린인'을 읽기 전 그녀의 화려한 경력과 성공에 위축이 되어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성으로 사회 생활을 하면서 겪은 일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녀의 글을 보며 많은 부분 공감했다.

그리고 나 스스로도 유능한 여성에 대한 편견,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녀를 바라봤던 것을 인정했다. 


책을 읽는 중, 무슨 책을 읽는지 궁금해 하는 남편에게 

간단히 책 소개를 하며,  저자 남편은 일상에서 육아를 포함하여 많은 부분 도움을 준다.

여보도 그래주면 좋겠다고 하자 '당신이 이 여자처럼 돈을 벌어오면 생각해보지' 라고 한다. 

참고로 셰릴의 연봉은 350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그는 가볍게 던진 농담이겠지만, 나의 남편 역시 평균적인 대한민국의 남자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그에게도 두딸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고 싶었지만, 이 부분은 진지하게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해 볼 것이다. 




저자는 경력을 마라톤으로 비유하여 설명한다. 나는 이 비유가 정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마라톤을 하기 위해 똑같이 체련을 키우고 훈련을 해온 남녀가 출발선에 섰지만, 출발 신호가 떨어진 이후 대부분의 남성 마라토너는 응원을 받는 반면, 여성 마라토너에게는 '이렇게까지 달릴 필요는 없잖아!' 라며 야유를. 게다가 여성이 가혹한 경주를 견뎌내려고 버둥거릴수록 구경꾼들은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친다. 

곧 그만두는 '동지'가 팀내 외벌이 남자 동료들에게 '전업주부로 돌아갈거라 하자' 모두들 '잘했다'라고 했다던데.



나는 이 마라톤을 완주 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잘 버텨내고 있지만, 끝까지 뛸 수 있을까.

적어도 걷지는 말아야 할텐데 말이다. 




# 인상깊은 구절 


여성에게 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는 우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성이 살아가며 부딪히는 도전을 정복할 수 없는 산처럼 느끼게 만들어 여성을 불필요하게 두려움에 떨게 한다. 우리 문화는 "대체 그녀가 어떻게 가정과 직장 일을 모두 

감당해내는지 모르겠어요"라는 말로 일하는 여성의 기를 처음부터 꺾는 경향이 있다. 

 

여성이 직면한 숱한 장애물의 뿌리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다. 다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두려움, 잘못 선택할지 모른다는 두려움, 부정적 시선을 받게 되리라는 두려움, 비판의 대상이 되리라는 두려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등이 그것이다. 거기에 나쁜 어머니나 나쁜 아내나 나쁜 딸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의 삼위일체가 가세한다. p45 



자신감을 느끼지 못할 때라도 자신감이 있는 척 가장하면 유익한 경우가 있다. 에어로빅을 할 때 사람들은 1시간 동안 꼬박 환하게 미소를 짓곤 했다. 나 역시 그랬는데, 미소가 자연스럽게 나오는 날도 있었지만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도 억지로 미소를 짓곤 했다. 그런데 1시간 동안 억지로 웃다 보면 나도 모르게 즐거워지는 경우가 많았다. p58



여성은 자기 이익을 주장하면서도 좋은 성품을 유지해야 하는데, 미시간대학 총장 메리 수콜맨은 이를 가르켜 

"치열하게 상냥한" 태도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태도를 갖추려면 자주 미소 지으면서 감사와 배려를 표현하고, 

공동 관심사를 유도해내고, 더 큰 목표를 강조해야 한다. 또한 비판적인 태도를 자제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협상을 하다 보면 의도적으로 시간을 끌기도 하고 연속적으로 조치를 취하기도 해야 한다. 그러므로 여성은 협상하면서 늘 집중하고 무엇보다 미소를 지어야 한다. p79



나는 첫 번째 협상에서 말을 너무 많이 했다. 내가 말이 많다는 것은 날 아는 사람이면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나는 이것이 내 단점이라고 생각해서 고치려고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 고민 끝에 찾아간 커뮤니케이션 코치 모린 테일러는 일주일 동안 다른 사람이 물어올 때만 내 의견을 말하라는 과제를 내주었다. 그 과제를 하는 일주일은 

내 삶에서 가장 긴 한 주 였다. 말이 불쑥 나올 때마다 혀를 깨물었다면 아마도 혀가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p98



나는 경력보다 가족을 우위에 두는 것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하는 여성의 심정을 진심으로 이해한다. 

자녀가 있는 직장 여성은 가족에 대한 책임이 없는 남녀 동료보다 업무에 전념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까 봐 

두려워서 과잉 보상을 하느라고 과도하게 일한다. 근무 시간을 줄이거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직장에서도 

여성은 근무 시간을 줄일 경우 자신의 경력이 위태로워질까 봐 두려워한다. p200



일하는 어머니에게는 시간 관리만큼이나 죄책감 관리가 중요하다. p210



해가 지나면서 여성 친구들과 동료들이 하나둘씩 직장을 그만두기 시작했다. 스스로 선택해서 떠나는 여성도 있었고, 융통성을 허용하지 않는 회사에 떠밀리거나, 집안일과 육아를 분담하지 않는 배우자의 요구로 낭패감에 휩싸여 떠나는 여성도 있었다. 직장에 남아 있더라도 주변의 대단한 기대를 충족시키겠다는 야망을 줄였다. p220



여성의 선택에 내재하는 갈등의 뿌리는 여성 모두가 각자 달리 선택한다는 것이다. 선택에는 항상 기회비용이 따르게 마련이고, 자신이 내린 결정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여성은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결과적으로 여성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상기시키는 사람을 대하면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불편해진다. 그러다가 죄책감과 불안감을 느끼면 서로 미워하게 된다. p251





린인

저자
셰릴 샌드버그 지음
출판사
와이즈베리 | 2013-06-05 출간
카테고리
자기계발
책소개
구글과 페이스북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 실리콘밸리의 아이콘, 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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