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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by 와락 2014. 8.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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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여성 최초 하버드대법대 종신교수인 석지영 교수의 자서전이다.

중학교 시절, 홍정욱의 7막 7장을 읽으며 하버드대를 동경했던 감정이 떠오르면서

정말 내가 보고 싶지만 닿을 수 없는 세계(?)에 살고 있는 그녀의 삶이 부럽기 보다 생경했다.

 

발레를 하다가, 줄리아드 예비학교에서 피아노를 배우다

영재스쿨을 졸업하고 예일대에 입학, 그리고 옥스포드대학에서 문학박사.

이후 하버드법대 졸업, 서기관, 검사로 재직하다 하버드법대 교수까지.

 

그녀는 매우 뛰어난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그녀의 말대로 한국에서 계속 자라났다면 발레를 배우다 문학을 전공하기란 쉽지 않았을 듯 하다.

탁월한 재능을 지켜봐 주고 일깨워준 교사와 시스템, 부모님의 아낌없는 지원을 보면서

부모로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떤 책을 봐도 저자를 나로 일인칭하여 비교하는

일은 없고, 대신 우리 아이들을 떠올린다. (책을 덮고 나서 첫 번째로 든 생각이 아이들에게

악기 하나는 꼭 시켜야 겠다는 거였으니까.)

 

 

영문으로 씌어진 책은 읽어보지 못했으나, 번역된 문장만 봐도 무척 유려했을 듯.

학자로서의 본인 이야기만 썼기 때문에 지나칠정도로 쾌적하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신형 세단을 타고

미끄러져 가는 기분. 사랑했던 남편과의 이혼 이야기도 단 2줄 정도로 표현되어 있고. 연년생을 낳았다는 부분도

그저 한 문장으로. 매우 개인적인 내용이지만 자서전이니까

'완벽해 보이긴 하지만, 실제 이러한 인생의 굴곡도 있었도 나름 힘들었습니다.' 라를 기대했던 것인가.

 

 

자신의 정한 삶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성취 가능한 소박하고 운영 가능한 목표를 세워

단순하지만 열정적으로 즐기고 힘껏 노력하기.

 

그녀의 말처럼 하려면

무엇보다 내가 혹은 내 아이가 '너무나 재미 있어 내 능력껏 시도해 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먼저 찾아봐야 하는데 말이다.

그녀처럼 지금의  '일'을 놀이로 만들어서 하는 것은 아직은 부담인듯 하고.

 

 

 

밑줄 그은 구절

 

매우 생산적인 학자였던 말콤은 매일 글을 썼다. 한 페이지 그리고 반.

하루에 단 1.5쪽. 절대 거르지 않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이런 식으로 느리지만 확실하게, 한 번에 1.5쪽씩 작업하다 보면 한 달 후에는

예외 없이 한 챕터를 완성했고, 9개월 후에는 책을 한 권 냈다.

 

말콤 덕택에 나는 매일의 글쓰기가 무대에 서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똑딱. 똑딱.똑딱.메트로놈을 켜 놓고 음악의 한 마디를 연습하는 것처럼.

또는 한 번에 캔버스의 작은 한 구역을 칠하는 것처럼.

 

 

과하게 높은 기대를 품지 말고 규칙적으로 글을 쓸 것.

주제에 대해 다 알지 못하더라도 글을 쓰기 시작할 것.

확신이 서지 않는 단어라도 일단 써 보고, 내용에 대해 더 알게 되면 완전히 다시 쓸 것.

쓰고, 연구하고, 읽고 다시 쓸 것. 이 과정을 반복할 것.

 

 

글을 쓰겠다는 시도는 감히 모든 것을 안다는 주장이 아니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한 번에 조금씩 배운다는 불완전한 과정을 겸손하게 인정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일과 삶은 내가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마주보고 서 있는 기둥이 아니다.

그런 시도가 내게는 어리석게 느껴진다. 나는 일하며 삶을 건사하고 삶을 건사하며 일을 한다.

일과 놀이는 같이 간다. 일이 가끔 놀이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일에 뛰어나고자 하는 이에게 지름길이란 없다는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매일, 매주, 매달, 매해, 그 일을 하며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학문이든 과학이든 아니면

예술이든 양육이든, 남녀 구별 없이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로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야만

매우 높은 수준에서 그 일을 할 수가 있다.

 

 

나는 그날그날에 맞는 소박하고 운영가능한 목표를 세우려고 노력해 왔다.

해야 할 일이 엄청나게 거대하게 느껴지면 그에 압도되어 글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기대치를 낮추려고 시도했다. '하루에 250단어'라는 소소한 목표로 시작해,

매일 조금씩 목표를 높여갔다.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저자
석지영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13-01-1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아시아여성 최초 하버드법대 종신교수 석지영 교수가 한국 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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