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람은 여러 가지 감정의 미묘한 차이를 마치 교향곡의 여러 음처럼
강하고 정열적인 것부터 섬세하고 예민한 느낌까지 모두 구별할 능력이 있다.
- 롤로 메이 / 정식분석학자
2주 전 부터 비폭력대화 센터에서 NVC1단계 수업을 듣고 있다.
작년 여름이 시작되는 그 무렵, 몸과 마음이 지쳤던 나에게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 '비폭력대화'
서울에 이사오면 꼭 센터를 다녀야지 하고 마음 먹었는데,
이사 날짜가 결정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강의 등록이었다.
수업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변화되는 나를 만나고자 했으나 쉽지 않다.
동생 말로는 마음도 우리가 사용하는 근육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30년 넘게 자칼의 말로 단련된 내 마음 근육이 어찌 몇 번의 수업과 책을 통해
기린의 그것처럼 바뀔 수 있겠는가.
여러 차례의 노력과 연습, 훈련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일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나 집에서 일어나는 갈등 상황에서
(매우 힘들지만) 수업 내용을 상기시키며 최소한 '느낌과 생각'을 분리하고
'관찰/평가'를 다르다는 것을 일깨우며 나도 모르게 한 '평가'를 '관찰'로 대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상대와 갈등 상황이 벌어질 때면
지레짐작 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그/그녀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를 대하는 것이야.' 라며
이미 내 마음의 방어벽을 견고하게 쌓기도 하지만.
내 머리속에서 무수히 일어나는 많은 생각들이
느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분리시키려고 한다.
성숙해지기가 정말 어렵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도 어렵고.
사람들에게 꼬리표를 붙여주면서 히히덕 거렸던 기억들
그만큼 내게도 그런 꼬리표가 붙었을텐데, 인정하기 싫었던 시간들.
믿고 싶지 않지만 내가 사람들에게 뱉어냈던 자칼의 말들이 부메랑처럼 되돌아 오고 있다.
지금은 이러한 현상을 파악하는 것 만으로도 소득이니까.
자칼의 말에 베여 흐르는 피를 닦기 바쁘다. 어쩌면 지금은 좀 피투성이로 흐르게 내버려둬도 좋을 지도 모른다.
오염되지 않는 언어로, 기린의 말로 수혈을 하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