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게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가
씻고 자리에 누우려는데 '꿀렁꿀렁, 짭짭'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이를 가는 것도 모라자 손까지 빠는 거냐.
둘째 녀석을 돌아보니. 실눈이 살짝 떠져 있고 , 동공은 힘이 풀린 상태에서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입에서 하얀 거품 같은 것을 내뱉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비명에 가까운) 큰 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이제까지 살면서 처음 '경련'을 본 것인데, 온 가족이 화들짝 놀라 어찌할 바를 모르고
유일하게 냉정을 유지하며 남편이 숨을 쉬는지 확인 하고 나에게 119를 부르라며 지시했다.
머리 속은 이미 하얘지고, 짐을 주섬주섬 챙겨 119에 올라타 분당서울대병원으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지금까지 응급실에 간 적은 없었던 터라
가는 내내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르겠다.
엠뷸런스 안에서 아이가 정신을 차려서 얼마나 다행인지.
조그만 아이의 손에서 무지막지하게 피를 뽑고,
이런 저런 검사를 하고 여러 명의 의사, 간호사 선생님이 와서
동일한 질문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열경련이라는 것인데 원인은 정확하지 않고-
남편이 어릴 때 몇 번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하여
12시간 경과를 지켜보고 퇴원하기로 하였다.
두번째 수액을 맞는 순간 부터 아이는 많이 호전 되었다.
수액이 들어가니 2시간 마다 화장실을 가야 해서, 나로서는 날밤을 꼬박 새운 것인지만-
몸이 좀 나아지니 언제 정신을 잃었는가 싶게
나에게 장난을 치고, 꺌꺌 거린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아이.
나는, 우리 아이는 괜찮지만
바로 옆의 침대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흐느끼며 까칠한 얼굴로 아이 옆에서, 괜찮다 서로의 등을 두드리는 부부를 보면서
우리 아이가 이렇게 금방 나은 것 조차 미안해 졌다.
옆의 아이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아무것도 모르는 우리 아이는 큰 소리로 떠들고.
엄마 배 고파요. 집에 가고 싶어요.
조용히 하라고 여러 번 주의를 주어도 재잘 거리는 녀석.
내가 그 아이 엄마라면 어땠을까.
옆 침대의 아이는 퇴원을 했을까.
그 날 밤 이후로
잠 잘때 시성이 옆을 떠나지 못하겠다.
내가 아니면 누구라도 옆에 있어야...
우리 꼬맹이
아프지 말기를.
아프지 말아요. 엄마는 더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