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이와 함께 맞는 여섯 번째 생일.
그리고 어머니의 두 번째 기일.
하루 차이로 생일과 기일을 맞이하는 우리는
마음껏 축하도 애도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5월을 보낸다.
이미 나의 생일은 6년째 희미해져가고-
매년 수술일자를 나의 생일로 잡은 의사선생님을 원망하며 보내고 있다. 선생니임...ㅠㅠ
딸과 아내의 생일이 같아 축하 세레모니는 한 번에 다 하면 된다고 흐뭇해 하던 남편은
다음 날이 어머니 기일이라 더욱 더 말 수가 적어지고.
여섯 살 주시경.
목선은 매끈하고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어 놓으면 단정한 이마 선이 두드러지고
눈웃음과 함께 보일듯말듯 애가 타게 보여주는 보조개가 인상적이며
엄마가 읽어 준 700여권의 책 보다 '시크릿쥬쥬 애니메이션'이 끼친 영향이 더 큰 아이.
발레리나가 꿈인, 다리를 세로로 완벽하게 찢는 것이 지상 최대의 미션인.
한 시간 동안 끙끙거리며 퍼즐 4셋트를 맞추는 아이.
여섯 살 인생에도 프로세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아이.
정확하게 발음하려 하고 지적도 잘 하고 순서를 준수하며
본인이 한 약속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
집에서는 자주 싸우고 시기하기도 하지만, 밖에서는 누구보다 동생을 아끼고 돌 보는 아이.
선생님이 질문 할 때 마다 의욕적으로 손을 번쩍 들고
지목 당하지 못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또 손을 들어 올리는 아이.
무릎이 살짝 까져도 걷지를 못하겠다며 대성통곡을 하고, 칸쵸 한 알에 씻은 듯 아픔이 사라지는.
불완전한 엄마지만 세상에서 가장 좋아한다고 애정을 쏟아주는 내 딸.
여섯 해 동안
나도 시경이도 많이 성장했다.(나는 노화에 가깝지만...마음은 성장했으리라 믿으며)
엄마가 된다는 사실 만으로도 벅차고 설레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항상 그렇듯 또 잠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다.
남편이 내 생일에 무언가를 해 주리라는 기대는 접은지 오래다.
다만, 그가 벚꽃비가 내리는 날 부터 시작하여 어머니 기일까지 지속되는
'상실의 시기'를 꿋꿋하게 잘 헤쳐 나가기만을 바란다.
아이들이 만들어 준 카드. 왼쪽은 주시성, 오른쪽은 주시경.
열어 보면 위와 같다는. 엄마 생신(응?). 사랑해요. 축하드려요.
엄마 사랑해요. 엄마 나를 낳아주셔서 고맙습니다.
5월 20일생 1호는 2호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사진사로 전락 ㅠㅠ
회사 안다녔음 어쩔 뻔.. 회사에서 받은 케이크.
동료분들이 일부러 거대한 꽃 초콜릿이 놓여진 딸기케이크로 골라줌.
(내 눈에 카네이션으로 보인다는 게 함정)
물론, 기대는 접었지만
만약, 그가 나에게 무언가를 해 준다면 현자 박명수의 어록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