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출근 길
시경이가 곧 입주를 앞두고 있는 판교의 아파트를 보면서
한숨을 짓는다.
엄마 우리도 이런 데에 살면 좋겠어.
왜?
음. 그러면 어린이집도 가깝고 차도 오래 타지 않아도 되고 좋잖아~~
시경아. 여긴 우리가 살 수 없는데. 비싸서 돈을 많이 모아야 해.
모으면 되잖아. 엄마 열심히 모아.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사무실로 올라오는 길.
시경 말대로 얼마나 더 모아야 하는가를 계산하니 아찔하고.
연 3.5%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저축은행이 있는지를 알아보느라
바쁜 남편에게 이야기 하니
돈이 없다는 둥, 비싸다는 둥 그런 이야긴 왜 했냐며
우리는 고층아파트가 싫어서 그런거라고 전하라며 되레 당당(저는 고층 아파트도 좋습니다만...)
수요일
오늘은 야근을 허락 받은 날이므로
저녁을 먹고 올라와 이전 담당자가 전달해 준 파일들을 하나씩 펼쳐보고 있다.
이동한지 약 1.5개월.
처음의 두려움은 많이 사라지고 앞으로 내가 할 일에 대해
계획해 볼 수 있는 있는 여유가 생겼다.
일을 하면서 생기는 끈끈한 릴레이션십과 소소한 재미에 대한 기대는 살짝 접었지만
아주 좋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으므로.
그리고
지난 주부터 같이 일하게 될 멤버도 합류하여 의지가 많이 된다.
아직 그에게 업무 이관이 100% 된 것은 아니지만
일정 시기가 지나면 그가 맡게 될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나 할까. (씨익-)
10월의 마지막 날이 다가오고 있어서인지
시경이에게 궁색한 핑계를 댄 내가 못마땅해서인지
마음이 술렁 거린다.
서른 다섯의 가을이 이렇게 지나다니.어익후.
붙잡을 수만 있다면 질질 끌려가더라도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진정 쿨 가이 스너프킨. 물욕이라고는 눈 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는 싸나이.
살고 싶은 아파트가 생기면 우선 그걸 가만히 지켜보는 거야 라고 시경에게 말하면
무민처럼 끄덕거려 줄까?
시성이는 가능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