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DB 이관 작업으로 발생된 장애 건으로 CS가 계속 접수되고 있다.
보상가이드를 보면 시스템오류로 인한 장애는 200% 보상을 하게 되어 있는데
클레임의 행간을 분석하고, 그간의 히스토리를 파악하여
해당 이슈를 말끔하게 마무리 할 수 있는 안을 찾아 처리하는 것이
이전 동료가 은혜롭게 넘겨준 수 많은 일들 중 하나이다.
아침부터 퇴근까지 함께 한 '보상' 이란 글자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출근 전에는 지난 금요일부터 주말 내내 중이염으로 고생한 아이 진료 때문에
이비인후과에 들러 어린이집에 가느라 동동 거리고
퇴근 후에는 내일 현장학습이라고 과자를 꼭 사서 가야한다는 주자매의 고집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마트에 들러 실랑이 한 후 집에 돌아 오니 8시 40분
옷을 벗기도 전, 시계와 반지를 책상에 올려 놓았는데 작은 아이가 반지를 들고 돌아다니고
남편은 아이에게 왜 결혼 반지를 주었냐며-
설마 내가 그랬을까.
반격할 힘도 없어 방으로 들어가 화장을 지우고
냉장고를 열어 남은 두부 반모를 꺼내 데운다.
두부를 먹고 나니 첫째는 귀가 아프고
둘째는 배가 아프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자자 자리에 누웠으나
가장 먼저 잠이 든 남편은 코를 골고
아이들은 멀뚱멀뚱.
늦잠 자면 현장학습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토닥거리니
그제서야 눈 감는 시늉을. 원에서 낮잠을 많이 잤는지 재우기 까지 한 시간이 걸리고-
가시가 목에 걸린 것 처럼 답답하여
거실에 나와 두리번 거리다 쇼파에 기대어
다시 또 손 안의 세계로.
자그만 스마트 폰에 너무 많은 의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얼굴을 알지는 못하지만 타임라인 안에 있는
친숙한 아이디. 그들의 잉여로운 멘션과 짤빵을 보며
오늘 하루를 넘길 수 있는 , 그 만큼의 위로를 얻고.
애쓰고 있다.
반성과 후회가 내 삶의 버팀목이자, 넘고 싶은 그것이기에
후회 없이 하려고 정말이지 애쓰고 있다.
시경과 시성이에게 회사를 다니며 돌보느라 여러가지가 부족하고 소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정말로.
회사에서도 아이 엄마라서 일부 배려를 받기는 하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동료가 되고 싶지는 않다.
진심으로.
그러다보니
내 개인의 삶과 관계는 더욱 더 단조로워 지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걸 그저 두고 보지 못하는 나로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보상'을 바라고 있는 것 같아.
가방을 살까.
혼자 여행을 떠나 볼까.
읽을 시간도 없어 그저 보관함에 수북히 채워 놓은 책이나 잔뜩 사볼까.
아니면, 지금의 나와 앞으로의 나를 위해 보상가이드를 만들어볼까.
법륜 스님은 애쓰지 말라고, 자연의 모든 흐름은 애씀이 없다고 하시는데-
오늘도 한 마리의 아메바가 되어 잊을 만 하면 자아분열.
새벽 2시 16분.
잠도 오지 않는다.
그래도 아침에 아이들 간식 도시락을 싸야 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