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주자매와 이비인후과와 약국을 들렀다 회사에 와서인지
점심에 밥 먹으러 나가는 것 조차 귀찮아
햄에그 잉글리쉬 머핀과 토마토 주스를 카페테리아에서 가져와
책상 앞에 앉았다.
노트북의 청색광을 방지하는 안경도 쓰고 회사에서 나눠 준 단체 후드티 까지 입으니
엄청나게 바빠서 점심도 대충 때우고 일을 하는 후로훼셔날한 녀자 같지만
사실은 귀찮아서일 뿐.
그리고 실상은
조카 녀석이 말한 (나는 기억이 잘 안나지만) 외숙모가 사주기로 했다는
실바니안 패밀리 인형을 검색 중임.
남편이 톡으로 알려줬는데, 그걸 또 시발리안으로 알아듣고 검색하는
나의 경박하기 이를 데 없는 리스닝이 아쉽지만
11월의 날씨 탓이라 돌리며.(11월은 무슨 죄임?)
햄스터 같이 생긴 인형들인데 아무리 퀄리티가 좋아도 그렇지 너무 비싼거 아니야.
궁시렁 거리며. 그러고 보니 주시성도 다람쥐 인형을 사달라고 한 기억이.
주말에는
병원에 다녀오고, 낮잠을 자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이들과 탄천을 걷고
나무랄 데 없이 소박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냈는데
허전하고 허탈하다.
아마 제대로 무엇 하나 달성하지 못한 내 자신이 마뜩찮아
싱숭생숭한 마음이 드는지도 모르겠다.
한 달 반 정도 남은 2015년.
무얼 하시겠습니까?
그러는 와중에
남편님이 벌써(늘 그렇듯이) 12월 주말 스케줄을 물어보고 있다.
그 말은, 정해진 일정이 없다면 본인이 먼저 선부킹 하겠다는 것인데
일단 오양과 정지와 만남이 확실치 않다며 1차 방어 했지만
여차저차 하면(언제나처럼) 주말 내내 남편의 외출을 그저 바라보며
주자매와 집에서 소꿉놀이를 해야 할 지도 모른다...
계란 노른자가 터져서 순결한 흰 종이를 더렵혔음에도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