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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전주에서 1박 2일

by 와락 2016.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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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모네 미국행이 확정 되었다.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지만, 6월 말에 떠나신다고 한다.  

몇 년전에는 셋이만 모여도 부동산 이야기가 한창이었는데 이제는 모이기만 하면 이민 이야기라고 한다. 

다들 헬조선이라며 한국이 싫어, 미래가 보이지 않아 떠나고 싶다라는 말만 하는 요즘. 

조카들과 시누, 고모부가 떠나신다니. 

미세먼지로 오염된 서울과 달리 고모네가 가는 그곳은 연중 따뜻하고 쾌적한 날씨라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어디서든 어려운 것이지만, 오히려 물가는 서울보다 저렴한 것 같다고.

살인적인 미국의 의료비는 무섭지만, 곧 언니가 다시 공부를 시작하시고 병원에 들어가면 큰 문제 없을 것이고-




어머니 기일도 얼마 남지 않았고

5월에는 이런 저런 연휴로 행사가 많아 쉽사리 내려가기 쉽지 않을 듯 하여

한 달여전 4월 말일자로 1박 2일 전주행 일정을 잡았다. 

어른 5, 아이 4, 총 9명이 움직이는 여행. 

시누네 미국 가기 전, 온 가족이 함께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마지막이 아닐까. 



아직 시경이는 시어머니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그 기억이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 

시성이는 친척오빠와 잡초를 뽑겠다며 무덤 위에 올라갔다 혼이 나고

시아버지는 가져오신 철쭉을 묘 옆에 심으셨다. 만개한 철쭉이 곱고 화사하다. 





어머니를 뵙고 숙소로 향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5월 황금연휴 기간을 피할려고만 했지

전주 국제영화제 일정은 미처 생각하지 못해서, 한옥마을 공영주차장에 들어가는 것만 30분이 넘게 걸린 듯 싶다.

겨우 주차를 하고 나니 한옥 마을이라고 대여 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과 가족 단위로 온 관광객들로

서울 인사동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5년 전에도 영화제에 내려왔던 기억이 가물가물 피어올라 당시 머물렀던 한옥마을 내 숙소를 

찾아보려 했지만, 그 동안 많이 변한 듯, 거리 곳곳 자본의 숨결만 흠뻑 느끼고.




막걸리와 가게맥주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나님은 며느리이고, 아이들이 도합 4명이기 때문에, 스마트폰 검색으로 대체만족을 하고

푸짐한 한정식 집으로 저녁 장소 예약을 했다. 

다행히 큰 불만 없이 식사를 마치고, 한옥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숙소로 이동. 

중간에 풍년제과가 곳곳이 들어서 있어,  어느새 아이들 손에는 초코파이가 한 개씩 들려있고. 



다음 날 유명하다는 콩나물국밥을 먹으러 가서 

노련하지 못한 아르바이트 서빙에 가족 모두 분을 뿜고

한옥마을 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가 시원한 음료를 하나씩 시키고 열을 식혔으나

폴바셋 보다 비싼 커피가격에 다시 한 번 놀래고.

날은 뜨겁지만, 임실치즈구이는 먹고 가자는 제안에 모두들 동의. 

그늘을 찾아 열기를 식히며 주시성 손바닥 보다 작은 치즈구이를 맛있게도 냠냠. 

이렇게 헤어지기는 아쉽다. 대천항에서 조카 좋아하는 회 한접시 먹고 가자고 하셔서

또 언제 이렇게 내려오겠나 싶어 핸들을 돌리고. 



4월의 끝을 잡고 함께 한 시간

언젠가는 그랬었지. 하며 그리워 할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올라오는 길, 목마르다며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막히는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더 이상 못참겠어'를 연발하는 주시성 때문에

심장이 요동쳤지만 어찌어찌 고비를 넘기고 무사히 집으로. 






전주 내려 가는 길,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동일한 핫도그에 소스를 뿌려도 위와 같이 차이가 난다. (위는 나, 아래는 남편)

일상생활에서 디테일은 매우 중요한데, 남편이 힘들어 하는 지점이 

이런 부분일 것이라는 것을 핫도그를 보며 깨닫는 중. 

하지만, 또 뭐 어때 정신이 발동. 뱃속으로 들어가면 똑같다며 스스로를 위로. 

(이런 부분만 시봉이가 날 닮은 듯)








우리가 갔던 한옥마을 숙소 '고현당'

시경이는 옛날 집이 싫다고 들어가기도 전 부터 긍시렁 거렸지만. 

막상 들어가니 신기한 듯 이것 저것 살펴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수세식 화장실이 방 옆에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양반가'에서 한식 정식. 인당 25,000원.

모주도 주문해서 맛도 보고. 달큰하고 걸쭉한 맛. 

겨울에는 데워서 먹는다더니 이해가 됨. 






배부르다고 한옥 마을 한 바퀴 돌며 한지 용품 전시회장에 들어가서 한 컷

풍년제과 가서 시식과자 맛보다가 할아버지가 초코파이도 사주시고

시봉은 풍년제과 화장실에도 들렀었음. 

어느 곳을 가더라도 꼭  흔적을 남기고야 마는... 너란 아이.






잠들기 전에 바깥에서 한 컷. 

친척언니와 함께 잘 것이라는 사실에 설레여 하는 주자매는 

아빠랑 별자리도 확인해 보며 즐거워했다. 



한옥 마을에 와서도 아이들은 아이엠스타라는 프로그램을 언니와 함께 열광하며 시청하고.

나는 남편 옆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아침에 눈을 뜨니 이런 풍경이. 

창문을 열면 바로 앞동이 보이고, 그나마 미세먼지 때문에 뿌옇기만 한 우리집과는 달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구름의 움직임까지 볼 수 있는 한옥집이 좋기만 하고.



국밥을 먹고 배는 부르지만 치즈구이는 꼭 먹어야 한다며 

치즈구이 앞에 줄을 서고 대기. 한 덩이에 3천원. 







대천항 수산시장에 들러 온 가족이 늦은 점심. 

좋아라하는 해삼이 나오자 들뜬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다행히 조카와 주자매가 해삼보다 다른 해산물을 잘 먹어서 제대로 맛을 볼 수 있었다..

딸래미는 딱딱하다며 해삼을 싫다고 하는데 반색하는 엄마(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