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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함께

2021년 경주여행

by 와락 2021. 10. 3.

'경주'는 늘 설레임을 주는 곳이다.

결혼 전에 남편과 다녀온 이후로 4~5년 주기로 방문 하고 있는데

동궁과 월지, 첨성대 앞에서 찍은 가족 사진을 보면

아이들의 성장과 우리 부부의 노화 과정이 여과없이 보여 여러 생각이 들지만 ㅎㅎ

원래는 10월 초, 4박 5일 일정으로 길게 경주를 다녀올 계획이었으나

추석 연휴 뒤로 휴가를 내어 3박 4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그 유명하다는 황리단길도 방문하리라 결심하고~

여행을 갈 때 마다 사진만 찍고 따로 기록을 남기지 않아 블로그에라도 올려본다.


여행 첫 날 (09월 22일)

늘 그렇듯, 여행 가는 당일 새벽에는 깨우지 않아도 시봉이가 콩콩 달려온다. 안방으로 건너오는 그 발소리에도 신남이 묻어 있다.

아침부터 텐션 최고조인 상태, 우리집에서 시봉이가 없으면 그 활기가 유지될까?

경선생은 시봉보다는 늘 늦게 일어나는데, 그래도 여행 가는 날 아침에 깨울 땐 적어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벌떡 일어난다.

남편은 새벽부터 짐 챙기느라 분주하다.

이미 전날 밤, 가서 입을 옷과 기본적인 짐은 정리해 두고

당일 아침에는 차 안에서 먹을 음식과 상비약이며, 전자기기 등을 비롯해서

옷 입어라, 양치해라, 마스크 챙겨라 등 주자매에게 지시하느라 매우 바쁨...

나는 조용히 남편의 리퀘스트에 따라 실행하면 준비 끄읏.

(이런 내가 아쉽겠지만, 어차피 내가 짐을 챙겨도 그는 만족하지 못할거라...)

가끔 출발하는 차에서 시봉의 예상치 못한 리액션과 주자매의 투닥거림이 심해지면 고성이 오가기도 하지만

이번 경주행은 별탈없이 남편이 계획한 시간보다 약 10분 정도 지연된 7시 10분 정도 진짜 출발!

경주에 도착하니 호텔에 입실하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근처 음식점을 배회하다 버거킹에 가서 햄버거를 먹고

입실 전까지 우영미술관을 방문하기로 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 전시가 인상 깊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통상적으로 사진, 건축, 조각, 미술 등의 장르에서 오브제가 차지한 이외의 공간을 일컫는다. 덴마크 심리학자 에드거 루빈(Edgar Rubin, 1886~1951)은 이를 공간 속 사유자에 의해 결정되는 양가적 공간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물리적인 단절에 의해 드러나는 격리된 공간이라기 보다는 움직이는 관찰자의 시점, 또는 인간의 행위에 의해 지각되는 상대적이고도 미결정적인 공간이며, 인식 주체가 관심을 가질 때 비로소 존재를 드러내는 공간으로 의미의 지연이 이루어지는 불확정성을 함축한다.

<우영미술관> 전시개요

여러 전시물 중 가장 좋았던 작품은 엄익훈 작가의 작품이다.

금속 조각을 이어 붙여 빚어낸 추상 조각에 빚을 투과하여 그림자가 뒷 배경에 나타나는 데 조각한 금속을 아무리 봐도 그림자의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데...저런 생각을 어떻게 했을지... 역시 작가란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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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익훈 작가의 조각이 가장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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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자태의 첨성대, 허겁지겁 저녁 식사, 칭따오 맥주도 와인처럼

여행 둘째 날 (09월 23일)

아침 조식을 거나하게 먹고 숙소 근처 산책 후 불국사와 석굴암을 다시 찾았다.

매번 경주 방문시 마다 찾는 곳이지만 '공부 좀 더 하고 올 걸...'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불국사 극락적 현판 뒤에 '돼지'를 보고, 이 돼지가 왜 이 위치에 있는지 아이들의 물음에 시원한 답을 못해줘서...

황리단길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번화했는지 방문해서 알았다.

주자매가 직접 픽한 한복을 입고, 황리단길 지나 대릉원까지 입장해서 추억의 한 컷을 남기기 위해

열혈 포토그래퍼가 되준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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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 산책 후 석굴암과 불국사, 황리단길

여행 셋째 날 (09월 24일)

경선생과 나는 근처 스벅에서 간편하게 아침을 먹었다.

둘 만의 데이트인데도, 워낙 말수가 없는 첫째라 ㅎㅎ 먹고 숙소 오기 까지 총 30분도 안 걸린 듯.

둘이 오붓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는데, 옆 테이블 아저씨가 유튜브를 크게 틀어서 너무 불편한 나머지...

바로 숙소로 돌아왔지만, 어쩌면 우리 첫째는 빨리 돌아와 푹신한 침대 위에서 TV 예능을 실컷 보고 싶었는지도~~

이번 여행에서는 황룡사지터를 찾았다.

분황사와 황룡사가 헷갈리는 무식한 나로서는 방문 전까지 큰 감흥이 없었으나

막상 도착하니, 드넓게 펼쳐진 황룡사터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이동하는 구름까지!!

멋진 풍경이 장대히 펼쳐져 홀가분함이 느껴졌다.

그래, 여행은 이런 것이지.

주자매에게도 점프를 권했으나 아이들이 거부하여...주자매를 뒤로 하고 점프 사진도 찍고 ㅎㅎ

경주 여행 하면 황룡사지터에서 느꼈던 그 자유함을 계속 기억하게 될 듯 싶다.

황룡사9층 석탑을 재건할 계획을 봤는데, 주자매가 나중에 커서 다시 돌아오면 감회가 새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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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날 아침에

남편을 비롯한 주씨들은 호텔 조식을, 나 홀로 교리김밥을 먹었다. (교리김밥을 2회 먹겠다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10여년 전에는 시봉이를 업고 검은 봉다리와 스티롬폼 일회용기에 나무젓가락과 함께 싸준 김밥을

동궁 월지 가기 전에 나무 밑 평상에서 먹었었는데...

(돌아보니 그 때는 남편이나 나나 체력이 좋았던 시절이다.)

그 사이 TV에도 여러 번 나오고, 분점도 여러 곳 생겼다.

다음에 올 때도 이 포근한 김밥 맛을 유지해 주심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