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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아무튼, 근력 운동

by 와락 2024. 5. 3.
무거운 걸 들어 올릴 땐 자기 한계를 느끼는 게 중요하다. 자기 힘의 최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면서도 더 했다간 무리일 것 같은 순간을 빠르게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무리하게 들려다간 바벨을 놓쳐 발등을 찍을 수도 허리가 나갈 수도 있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무리인 것 같기도 한, 그 애매한 짧은 순간에 자기 역량에 솔직해지는 것,  도전할 줄 알면서도 물러설 줄 아는 것!  
- 아무튼 피트니스 / 류은숙 

 

 

F45를 한 달 정도 한 후에 덤벨을 잘 들어 올리고 싶은 마음에 집 근처 헬스장에 등록해서  PT를 받고 있다.

아이들 학원비, 부모님께 드리는 비용은 매달 일정금액이 나가는데 나에게 쓰는 비용 앞에서는 늘 망설이게 된다. 

그러나 60대 이후 근육은 약 25억 원(간병비 고려해서)의 가치가 있다는 노년내과 권위자인 정희원 교수님의 이야길 듣고 노후 투자비용이라고 생각하며(20년 앞선) 거금을 지불했다. 10회 정도 생각하다가 프로모션 기간이라고 하여 큰맘 먹고 20회 정도를 끊었는데 첫 회 수업부터 만족스러웠다. 

 

목표는 가을시즌 풀마라톤 도전, 5시간 이내에 완주하기

쓰고 나니 비장해 진다. 과연 5시간 내에 목표지점까지 올 수 있을까. 

 

PT를 받고 나서 한 달여 지났을 무렵 경주마라톤은 순조롭게 뛸 수 있었다.

이전에도 헬스장은 여러 차례 갔지만 할 줄 아는 운동이 없어 맨손 체조와 러닝머신 위에서 좀 달리다 집에 돌아오곤 했는데 주 2회 운동을 배운 후로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동작도 복습하고 있다. 

 

무엇보다(진지함에 궁서체) 멀리서 지켜만 보던 그 운동 

데드리프트를 배우게 되었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바벨 스쿼트까지. 

 

달리기와 비슷하게 큰 재미는 없지만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역량이 늘어나는 나 자신을 보게 되는 만족스러움이 있다. 

무엇하나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마흔 중반. 

이삼십 대에는 이쯤 되면 많은 것들이 바뀔 줄 알았건만 신체의 노화와 아이들의 성장 외에

나 자신만 두고 봤을 때 크게 달라진 점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서글퍼진다.

 

그래도 옷을 갈아입고 운동을 하러 집을 나설 때는 기분이 좋아진다.

선생님이 오늘은 어떤 운동을 알려주실지 사뭇 기대도 된다. 

근육의 쓰임과 가동범위에 대해 상세하게 알려주시는 것도 흥미롭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부상 없이 잘 달리고 싶다는 생각에 근력운동을 시작했는데 

점차 꼬리를 물고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듯하다. 

 

처음 데드리프트를 하고 20kg 바벨봉(샤프트)을 들어 올릴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는데

지난주에는 양쪽 2.5kg씩 바벨을 끼워 25kg를 들어 올렸다.

회사 동료 중 한 명은 주말에 역도대회도 나간다고 하던데 그 친구는 최대 100kg까지 든다고 한다. 대단하군요. 

 

 

미련할 정도로 꾸준히 버티는 건 잘한다. 느리더라도 자기 속도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묵묵히 갈 수 있다는 데 피트니스의 매력이 있다. "어리석은 자가 그 어리석음을 고집하다 보면 현명해진다"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구처럼 말이다. p81

- 아무튼 피트니스 / 류은숙 

 

 

 

느리더라도 꾸준히 내 속도로 갈 수 있는 달리기처럼

피트니스 역시 버티며 할 수 있는 운동이라 나에게 맞는 것 같다.

무엇보다 같이 하기 위해 시간을 맞추지 않고(피트니스 선생님 빼고) 혼자서 내킬 때 할 수 있어서 말이다. 

 

 

이해의 방향성이 다르면 도취로 빠질 수 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꼰대의 대표 어휘다. 이해한다(understand)는 것은 아래에(under) 선다(stand)는 말, 겸허해지는 게 이해하는 것이라는 말일 테다. 나는 제대로 내 몸을 이해하기 위해 여러모로 다짐을 해보곤 한다. p152

- 아무튼 피트니스 / 류은숙 

 

 

아래에 서려는 자세와 태도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면 좋으련만 쉽지 않다. 

나의 옮음을 드러내고 싶어 작은 일에 분개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다시 또 후회를 한다. 그게 뭐라고.

착잡한 마음을 안고 센터에 가서 무거운 바벨을 들어 올리다 보면 마음도 한 결 가벼워진다.

나의 근력 운동이 under에서 stand 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기를 바란다. 

 

 

 

이 친구를 만나러 갈 생각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언젠가 나도 50kg는 들어올릴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