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별로 몸이 안 좋아.별로 달리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이래저래 따질 것 없이 그냥 달렸습니다. 그 문구는 지금도 나에게 일종의 만트라 주문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건 내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라는 것.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 무라카미 하루키
오전에 퍼붓던 비로 원래 예정되어 있던 달리기 수업은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마트가 새롭게 단장한 후 러닝계의 다이소라는 데카트론 매장이 새로 입점하여 이번 주말에 달리기 수업을 해 준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쉬울 뿐이다. 대신 실내에서 한다는 보강수업이라도 참여할까 망설이다가 다시 도로 누웠다.
아이들은 토요일 오전에도 일찍 수학학원에 가서 저녁이 되서야 돌아온다. 점심도 근처에서 제대로 챙겨먹으면 좋을텐데 시간에 쫓겨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을 때도 있어 안타깝다. 아이들 어릴 때는 이런 자유시간이 언제 오려나 고대했었는데 누리는 이 순간이 소중하면서도 동시에 불편한 마음도 있다. 편히 쉬면 안 될 것 같고 생산적인 무언가라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다.
오전에는 회사 일을 해야지라고 다짐하고 이런 저런 탐색을 하다가 시간을 보낸 후 간단한 점심을 먹고 1시 넘어 집 근처 센터에 다녀왔다. 3일째 운동을 하지 못하면 불편하다. 나름 2월부터 꾸준하게 주 3회 이상 근력운동을 하러 다닌게 익숙해진 듯하다. 운동한 태가 몸에는 나지 않는 것 같아 여러 차례 남편에게 어깨와 등에 근육이 미세하게 붙은 것 같지 않냐 확인을 했지만 늘 심드렁한 답변 뿐이다.
PT를 받으면서 첫 번째 목표는 머신 운동 배우기였다. 이후 혼자 운동 할 때도 어색하게 두리번 거리지 않고 적당히 알아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중량을 좀 올려서 프리웨이트 운동을 시도해 보는 것이였는데 여기까지는 달성한 듯 싶다. 상체/하체 정도도 크게 나눠서 운동을 하고 주중에 중간에는 달리기를 하거나, 계단 오르기, 복근 운동을 마무리 운동에 넣기도 한다. 내 기준 멋있어 보이는 운동은 벤치프레스 인데 오늘도 양쪽에 2.5kg까지 꽂아 5세트 15회씩 도전해 보았다. 대흉근도 발달하길 기대하는데 과연 노력의 결과가 나올지는 두고볼 일이다.
정확하게 운동 기구 이름은 모르겠으나 양쪽에 바를 잡고 위로 올리는 머신도 있는데 혼자 하다가 빵 터졌다. 내 키가 작아서 운동을 하다보면 내 눈이 보이지 않는다. 앞에 있는 거울을 보면 내 이마만 살짝 보일랄 말락. 그렇지만 선생님이 상체 운동시 하라고 했으니까. 내 눈만 안보이지 올라가는 손은 보이니까.
- 간단 스트레칭
- 봉올리고 내리기(어깨 풀기)
- 벤치프레스 5세트(15회씩)
- 체스트프레스 머신 3세트(15회씩)
- 어깨+가슴 운동(기구 이름 모름) 3세트(15회씩)
- 천국의 계단 1500개, 약 35분 오르기
덜덜 거리는 종아리 알 푸는 기계에 다리를 맡긴 후 집에 돌아왔다.
나의 운동은(소유격을 붙여 부르니 훨씬 친근하다)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무엇이 되었다.
달리기와 근력운동.
마흔 중반에 시작된 루틴이 내 남은 인생에 계속 같이 갈 동반자가 되고 있다.
꾸준히 잘 해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