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트립이란 단어가 나에게는 사치에 가까웠는데
요즘 그 사치를 아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주 가족들과 부산 여행을 갔다.
기장 근처에도 달리기 코스가 있다는 남편말에 지도도 제대로 살펴보지 않았는데 이렇게 멋진 곳이었다니.
숙소에서 1.5km 남짓 내려가면 아난티 코브가 있고 그 앞으로 해안산책도로가 펼쳐진다. 어찌나 멋진 코스였는지 이틀 연속 아침 달리기를 시도했다.
첫째 날, 일출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시간이라 햇살이 뜨거웠다. 파도 부서지는 소리에 발맞춰 뛰다 보니 멋진 오르막길이 나오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둘째 날
바다에서부터 봉긋 솟아오르는 일출이 보고 싶어 서둘러 나왔다. 날이 흐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 어제에 비해 바람이 많이 불어 모자가 여러 차례 날아갈 뻔했지만 그럼에도 상쾌한 공기를 음미하며 달리기 시작
달리던 중간, 도로 중간에서 한 사진작가님이 촬영 장비를 세팅해 두고 우리를 불러세우셨다. 지금 촬영 때문에 잠시 멈추란 이야기일까 싶어 다가가니, 사랑 바위라 불리는 바위 위에 올라가 포즈를 취하라는 말씀이었다. 갑자기? 당황스럽긴 해도 남편과 나는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바위 위로 올라가 바다를 향해 포즈를 취하니 작가님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시고. 돌아와서 연락처를 알려주면 보내주시겠다고 한다. 빈 손으로 받아도 되겠느냐 하니 커피 쿠폰이나 하나 보내라 하고 허허 웃으시는데 아침에 우리는 그저 이벤트 정도로 생각하며 재밌군. 하며 잠시 잊었다. 이후에 사진을 받아보고 깜짝 놀랐는데, 우린 부산에서 귀인을 만난 것이다. 이렇게 감사할 데가. 잘 출력해서 예쁜 액자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봐야겠다.
작가님 말씀으로는 불륜 커플은 절대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부부가 순순히 오케이 하길래 불륜은 아니구나 생각하셨다고.
어제 코스로 달리는 도중 4인 이상 행렬을 만들어 뛰는 러닝크루를 만났다. 그들이 뛰는 방향을 보니 우리가 가는 반대 방향이길래 숙소 가기 전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한참을 뛰어가니 해동용궁사가 나왔다.
러닝크루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용궁사 가는 길은 찾아보지도 않았을 듯한데 그날 만난 2번째 귀인들이었다.
어제는 2년 전, 1년 전에 쓴 글을 읽어보며 그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여러 상황들에 실망스러웠으나, 또 생각해 보면 그때는 차마 생각 못했던 예를 들어, 여행지에서 눈 뜨자마자 달린다거나 등은 어렵지 않게 시도하고 있다. 무엇보다 즐기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게다가 영상을 찍어 간단히 편집해서 올리기도 한다. 부산 기장 아침 달리기를 찍어보았다. 음악도 넣어보고 간단한 쇼츠를 만들었는데 이 콘텐츠의 시작이 어디로 점을 찍어 향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