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중 1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중 1이 되면서 카카오톡과 유튜브앱을 깔면서 심해졌는데 산만함의 강도도 더욱 심해졌고 보는 사람도 불안할 정도로 핸드폰에 빠져 일상생활을 잘하는지 우려될 정도의 행동을 자주 보인다.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아마 나도 남의 집 아이 이야기였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지도 모르겠다.
지난주 자기 전 경 선생은 넌지시 이야길 했다. 초등학교 시절 책을 읽어 두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주변 아이들을 보면 정말 책을 읽는 것을 힘들어하기도 하고 선생님이 이야기해도 잘 못 알아듣는다고 한다. 코로나 때 어영부영 2년 넘게 제대로 학습을 못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나치다고 주변 사람들이 뭐라고 할 정도로 경선생 초등학교 시절 도서관에서 책을 날랐다. 도서관 카트가 책의 무게에 못 견뎌 길 한복판에서 부서진 적도 있었다. 6년이 훌쩍 지난 후에 큰 아이는 그래도 그 시절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영어책과 한글책에 빠져 있던 시절을 좋게나마 기억해 준다.
인스타브레인은 자청의 추천 책이다.
2020년도 출간 되었을 때 엄청난 화제의 책이었는데 늘 지나친 화제성은 건너뛰는 편이라 그 당시에는 읽지 않았다.
찬찬히 읽으니 읽기 전 예상한 내용과 맞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싶은 내용들이 있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기록하기 전, 내 뇌에 장기 기억을 남기기 위해 손으로 독서노트에 기록하기도 했다.
스마트폰과 SNS라는 새로운 환경으로 우리는 전에 비해 더욱 우울하고 집중력도 떨어졌다.
뇌는 아직도 수렵채집인 시절 1만 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는데 주변 환경은 뇌의 진화 속도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변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울증이 뇌의 보호전략이라는 시각은 새로웠다.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 1만 년 전 우리가 사자나 뱀을 만났을 때나 발생되었을 시스템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내일 회사를 갈 생각을 하니 마음 한 편이 답답해 오는 것처럼. 이렇게 지속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뇌가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지금 위험하니까 도망가. 이불을 쓰고 회피한다고 달라진 것은 없을 텐데 뇌는 그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고립감을 느끼도록 주문한다고 한다.
회사에서 일 할 때마다 집중력이 심하게 떨어지는 것 같고 정말 머리가 지끈거릴 때가 많았는데 그 이유를 책을 읽으며 수긍하게 되었다.
즉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고 나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인데, 실제 멀티태스킹은 불가하고 지속적으로 왔다갔다 하면 전환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전환하는 동안 시간이 걸리므로 결국 한 가지만 하는 것 보다 집중 자체가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회의 시간마다 슬랙과 카카오톡을 켜 놓고 일을 하면서 되돌아 나오는 회의시간에 대체 무엇을 들었는가 싶을 때가 많은데 자책감을 가질 필요 없이 그저 당연한 것이었다.
인간은 늘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스마트폰과 SNS 회사는 이러한 인간의 행동특성을 간파하여 도파민이 하루에도 몇 백번씩 샘솟게 자극한다. 인간의 도파민은 나이가 들수록 10년마다 대략 10%씩 줄어든다고 하는데 십대 때가 가장 높다고 한다. 그래서 인가 우리 집 둘째를 보고 있노라면 하루에도 여러 차례 극단적인 감정을 보이는데 부쩍 우울해 보일 때도 많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너무 많은 비교 집단을 일찌감치 유튜브에서 만나게 되면서 스스로를 비하하는 듯 한데 가끔은 나도 '이렇게 해서 돈을 많이 벌었다' 라고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므로 그 마음이 이해는 된다. 그럴때마다 잠시 달리러 가긴 하지만. 이렇게 중간에 억제할 수 있는 능력인 전두엽은 아쉽게도 청소년기에는 미숙하고 25~30세에 발달된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단기적인 보상이 어려운 능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일. 예를 들어,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우울증으로 찾아 온 수천 명의 환장들은 크게 두 분류였다고 한다. 첫 번째는 사회, 조직 내에서의 인간 관계 내 갈등으로 인한 우울, 두 번째는 사별, 이별 등의 사랑하는 이와의 헤어짐. 결국 우울은 사회적 관계 안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을 건들인 듯 한데 이러한 우울감, 불안, 스트레스 대응은 운동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에도, 관계에서의 갈등으로 어려움이 있어 답답함에 내딛다가 풀마라톤까지 이어온 케이스이니까. 산책, 요가 그 무엇이 되었든 운동은 집중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되고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응 할 수 있다고 한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나를 좀 더 보호하면서 디지털환경과 잘 지낼 수 있을 듯 하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나서도 여전히 도파민을 발산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에 빠져 있기도 했으나 물리적으로 스마트폰을 손에 닿을 수 없는 곳에 두게 하거나 멀티태스킹이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시키고 나의 낮은 집중력을 탓하기를 그만두었다. 한 번에 하 나씩 하기로.
운동은 그 전에도 꾸준히 해 왔으므로 오랜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가능한 클래식 악기인 피아노를 다시 뚱땅거리기 시작했다.
밑줄 그은 구절
불안이 위험에서 우리를 구하고 우울증이 감염증과 다툼에서 우리를 지켜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환자들은 '우울한 건 내 잘못이 아니야. 내 뇌는 지금 내가 사는 곳과는 다른 세계에 맞춰진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 p68
우울증을 비롯해 스트레스와 관련된 문제는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쉬우며, 따라서 스트레스 증상은 신이 선물한 경고 깃발인 셈이다. 스트레스의 실체가 무엇인지, 스트레스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이해하면 너무 늦기 전에 그 속도를 늦출 수 있다. p69
우리는 한 번에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자신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여러 가지 과제 사이를 뛰어다니고만 있는 것이다. p97
뭔가를 무시하는 것은 뇌가 의식적으로 힘을 써야 하는 적극적인 행동이다. p104
집중력은 오늘날 사회에서 희소재가 되었다. p107
당신이 무엇을 하든 항상 당신보다 더 잘하는, 더 현명한, 더 멋진, 더 부유한 혹은 더 성공을 거둔 누군가가 있다. 사회적 위계 질서 속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지위가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살펴본다면, 새로운 온라인 세계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p160
보상을 지연시키는 능력이 떨어지면 능숙해지는 데 시간이 필요한 일을 배우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전조 중 하나가 클래식 악기를 배우는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을 꼽을 수 있다. p203
진화는 수백만 년에 걸쳐 뇌에 꼭 필요한 순간에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새겨 놓았다. 주로 사냥할 때나 도망칠 때와 관련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p233
스트레스 대응 시스템은 사바나에서 살던 때 이후로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에 체력이 좋은 사람은 사자를 더 잘 피할 수 있었듯이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원천에도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p237
전례없이 복잡한 사회는 우리를 더 똑똑하게 만들지만(플린효과), 우리의 정신 능력 중 너무 많은 부분을 컴퓨터와 휴대전화에 넘겨주어 더 멍청하게 만들 수 도 있다. p250
많은 학자들이 자동화와 인공 지능 때문에 앞으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살아남는 직업은 아마 집중력이 필요한 일일 것이다. 얄궂게도 디지털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능력이자 약화되고 있는 능력이 바로 집중력이다. p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