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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부여

하루하루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대로 / 이동진 평론가님처럼

by 와락 202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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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시간을 인간이 통제한다는 건 불가능해요
인간이 약해서이기도 하고 인간이 갖고 있는 작은 힘보다는 외부의 힘이 훨씬 더 강하게 적용하기 때문에 넓은 시간은 통제 못하고요. 이걸 세분화하면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앞으로 1시간 동안 열심히 뭘 해야지', '하루는 뭘 해야지' 이런 식으로 사실은 하루도 통제하기 어렵거든요. 그나마 아주 의지가 강하고 노력하는 사람이면 하루 정도는 성실하게 살 것 같아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모이고 계속 모이다 보면 그나마 좀 후회가 덜 되지 않을까라는 거고요.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도 인생은 되는 대로 흘러가더라고요

이동진 평론가 / 최성운의 사고실험 인터뷰 중에서 

 

 

 

 

 

 

 

이동진 평론가님을 처음 뵌 건 2004년 종로의 한 시사회 장이었다. 

지금은 없어진 종로 낙원상가 근처의 영화관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친정엄마는 내가 회사에 다니기 전부터 라디오프로그램이나 칼럼을 통해 조선일보의 이동진 기자님을 알고 계셨고 말씀을 참 잘한다면서 칭찬을 하셨었다. 그때도 이미 유명한 분이셨는데 홀로 유유히 걸어오셔서 서류가방에서 시사회 참석자 명단을 조용히 꺼내 들고 한 명씩 이름을 부르고 티켓을 나눠주시는 장면이 놀라웠다. 당시만 해도 매체사에서 기자님이 직접 나오는 경우는 흔치 않았고 대부분 대행사 쪽에 명단을 보내고 부탁을 했는데 직접 현장에 오셔서 성실하게 진행하시는 모습이 나에게는 생경했다. 

 

기자님께 (눈 한번 맞추지 못하고) 시사회 표를 드리던 마케팅 대행사의 막내직원이었던 나는 그 이후로도 그 분의 행보를 지켜보며(주로 들었으나) GV행사는 아주 가끔 참석하고, 빨간책방은 제주 살던 시절부터 꾸준히 듣고, 블로그에 올린 평점도 읽으며 그렇게 20년이 흘렀다.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빨간책방에 올라왔던 레이먼드 카버의 '별건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단편을 읽으시며 위로의 말을 건네던 따스한 목소리도 좋아한다. 

 

 

여전히 이동진 평론가님의 글은 좋고 때로는 어렵다.

매번 비문 없이 어쩜 저리 정갈하게 적확한 표현을 쓰시는지 읽으면서 감탄한다. 

누군가의 작업이 쉬워보이고 매끄러워 보이는 건 그 뒤에서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었는지(물론 천재성도 포함해야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실감한다. 나의 글솜씨나 업무 역량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고만고만한 건 노력의 부족이라는 것도 여실히 알고 있다(끄응).

 

최성운의 사고실험에 나온 이동진 평론가. 

나긋나긋하지만 어찌 보면 좀 차가운 듯한 말투. 그러나 그 안에 담긴 깊이와 배려심이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 밖에 없다.  

 

 


저는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있다면 습관이 좋아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우리 삶의 대부분의 것들은 사실 습관의 영역에 도달해요.

습관이라는 것은 반복되어서 패턴화된 행동이라는 뜻이잖아요.

당연히 시간, 반복, 이런 단어와 관련이 되어 있고요.

 

올더스 헉슬릭의 책에서 그런 말을 본 적이 있는데 '66번의 반복이 진실을 만든다' 이런 말도 있어요.

진실이라는 것은 한 번 거창하게 제시하는 말이 아니고요. 거기서 66번은 꼭 특별한 이유가 없는 숫자이긴 한데 그런 반복이 진실을 만든다는 표현도 있거든요. 

 

 

위의 말씀을 들으며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도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고 닮고 싶은 분들의 키워드이다. 

 

 

 

인풋보다 아웃풋이 많으면 그 사람은 언젠가 견뎌내지 못하겠죠?

고갈되겠죠? 당연히 같은 말을 반복하게 되겠죠?

근데 많은 분들이 5년 전에 막 활약하다가 지금 활약 못하시는 분들도 있고

제가 봤을 때 어떤 경우에는 그 사람이 분명 재능도 있고 독창성도 있고 여러 가지 역량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인풋이 고갈돼서인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지난 몇 년간 막막하고 어려웠다. 

이유는 아이들의 사춘기와 처음 맡는 일들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작년에 업무 관련 수업을 내돈내산으로 듣고 깨달았던 것은 철저한 나의 게으름. 인풋 부족 때문이었다.

위의 이야기는 프리랜서인 사람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주인을 의식하는 주인의식이 아닌, 대표의 마음으로 일한다고 생각하며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으나 실제 공부는 부족했던 게 사실이었다. 사춘기 아이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 심지어 청소년 상담가 2급 자격증도 있지만 다시금 책 한 번 펼쳐보며 돌아보기 보다 아이의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고 다그치기 일쑤였으니 말이다. 

 

 

 

최성운의 사고실험

 

 

 

 

과연 이게 맞는지, 스스로  되짚어 보려 노력하는 것.

편향되지 않으려고 피곤하지만 그 순간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게 심지어 윤리적이기까지 하다는 말씀에 뜨끔했다.

한 번도 나의 특정한 편견에 대해 '윤리'를 덧붙여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에 댓글을 단 적도

라디오를 들을 때도 문자 한번 보낸 적이 없지만

먼 발치에서 평론가님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을 아셨음 좋겠다(유튜브 댓글도 많았다. 나처럼 댓글도 안 달고 N회차 듣는 사람도 많을터)

이번 주에는 이동진 평론가님을 위해 화살기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