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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빅 피처

by 와락 201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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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휴일에 출근해 밤 늦은 시각에 돌아왔다.
같이 일하는 동료끼리 우스개 소리로 'What for? 대체 무엇을 위해' 라며 한탄도 해 보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라며 자리에 앉아 파워포인트의 Ctrl+C와 V만.... 계속....

머릿속엔 못다한 집안 일, 시경 생각이 교차하면서
내가 잘 살고 있는가 반문해 본다.

2002년을 기억하는 우리는 '꿈은 이루어진다'는 잘 알고 있지만,
내 삶에도 적용될지는 .....글쎄 의문이다.


빅 피처의 주인공 '벤'은 중형차 세단 광고에나 나올 법한 삶을 살고 있다.
안정적인 직업, 높은 연봉, 교외의 주택, 사랑스러운 아내와 두 아이.
그럼에도 그는 어린 시절부터 소중히 간직해온 '사진가'가 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다.
지하실에 고가의 장비와 암실을 설치해 놓고 여가시간을 보내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작가가 되고 싶어하는 아내는 결혼 후 출산을 기점으로 '가정주부'가 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을 느끼며 남편과 갈등한다. 게다가 옆집 남자와 외도를...(뒤늦게 이 책을 접한 남편은 주인공 아내의 행동을 보고 대흥분 했으나, 나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그녀의 잃어버린 날개옷에 대해 충분히 동감하면서.) 그후 순간의 실수로 현실로의 복귀가 불가능하게 되고, 그는 제 2의 인생을 살게 된다. 여기까지가 대략의 줄거리.

읽으면서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올 정도로 몰입도가 강하다.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내용도 흥미 진진한데다, 디테일한 묘사로 나도 모르게 영상을 그리게 된다.
100% 동의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었기에 그의 행보를 따라가다
마지막 순간, 쓸쓸한 그의 뒷모습에 책을 덮는데도 여운이 남았다. 몇 사람들은 엔딩을 너무 황급히 마무리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마음에 든다. 

작년인가. 회사에 안철수 교수님이 오셔서 강의를 하셨는데 가르치는 학생들의 예를 들면서, 
본인이 이루고 싶다고, 해내고 싶다고 말은 쉽게 하지만, 나중에 결과는 그 학생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셨다. 창업을 하고 싶다고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벤처 창업이 아닌 '취업'의 길로 간다던지, 아니면 그 반대일지. 어떤 상황,결과든 그 사람의 선택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이야길 들으면서 나를 돌아보았다. 결혼 전의 공약을 지키지 못한 남편을 비난하지만, 그것이 남편만의 잘못일까. 결정적인 순간 용기 내지 못하고 현실을 지키려 한 '나의 선택'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빅 피처'를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던 단어는 '선택과 용기'였다.
본인이 그토록 열망한 삶을 살게된 주인공. 그는 과연 행복할까. 



# 인상깊은 구절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더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만큼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른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p117


내가 그토록 벗어나고 싶었던 어제의 삶을 이제는 간절히 바라는 입장이 됐다. 종교라도 있었다면 무릎을 꿇고 간절히 애원했을 것이다. '제가 전에는 그토록 하찮게 생각했던 삶을 제발 되돌려주십시오. 아무런 기쁨 없이 멍했던 통근 길, 한심한 의뢰인들을 바라보며 보낸 지긋지긋한 근무 시간, 집안 문제, 부부 문제, 불면의 밤, 내 아이들을 제발 다 돌려주세요. 더 이상 다른 삶을 바라지 않겠습니다. 제가 선택한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해 더 이상 불평하지 않겠습니다. 딱 한 번만 기회를 더 주십시오' p159

공간을 채우고, 시간을 채울 것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이 축적되면 인생이 되는 게 아닐까?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 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는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생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로 홀연히 떠나야 한다. p251

여행에는 언제나 논리적인 구조가 있다. 모든 여행은 출발하고 돌아온다. 그러나 내 여행은 콘크리트 도로를 끝없이 따라갈 뿐이었다. 도착지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p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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