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피벗을 돌리고 데이타의 행과 열을 요리조리 바꿔가며 결과치를 만들어내고 보니
집에서 아그들이 기다린다는 것도 잠시 잊을 만큼, 나름 몰입의 즐거움을 느꼈다.
김자가 본인은 '외과의사의 마음으로 엑셀을 집도하고 있단다'라는 멘트를 치는데
풉. 너무 웃겨서, 혼자 꺅꺅 거렸다. 맥락을 이해해 주는, 어떤 개그를 쳐도 그저 웃어주기보다 더한 애드립을 발휘해 주는 동료가 있어서 참으로 회사 생활이 즐겁다는 생각이 든다.
새벽 4시까지 그녀가 한땀한땀 함수를 돌리는 것에 비하면, 나는 그저 시경이 얼굴에 마데카솔 발라주는 정도이니.
구내식당에서 싸구려 생선커틀릿을 먹고 올라와 자리에 앉았다.
핸드폰을 usb에 꽂아 충전을 하고, 오전에 쳐낸 업무들에 '완료' 표시를, 그리고선
10cm의 신곡을 플레이 시킨다.
나는 아직 30평대에 살고 있지 않고, 좋은 차를 모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라면은 먹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으니, 나 역시 I'm fine thank you
조금의 여유시간이, 다른 걸 생각할 틈이 생기면
머리 속에 T를 그려놓고 좌/우를 나눠서 가진것과 가지지 못한것들을 나열하고
누군가와 (대상은 매번 달라지지만) 끊임없이 비교하고 스스로를 자책한다.
내가 가진 또 다른 타이틀 '엄마'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종종 죄책감에 빠지기도 하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나의 '뇌'에게 '상념'의 시간을 주면 안된다.
계속 무언가를 읽고, 쓰고, 말하고, 집중하고, "나" 보다 "상대" 그것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간에
몰입해야 한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나면 허탈함은 밀려오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이다.
어찌되었든,
내가 나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이렇게 이 나만의 공간에서라도 지껄이고 내뱉고 정화하면 되니까.
그리고, 외과의사의 마음으로 엑셀을 돌리는 동료를 친구로 갖고 있고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10cm의 새로운 노래들이 있으니.
집에 가는 길.
야근을 하는 김자에게 저녁 먹고 일하라 하니
"응. 그럼 난 집도 좀 할께" 라며 메시지가 왔다. 아이고 배야.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