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이야기지만,
시성이를 가진 걸 알았을 때, 시경이는 경우 8개월 남짓이었고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때라서 몸이 슬금슬금 불어나고 와야 할 것이 늦춰지는걸 알면서도
정말 혹여나 그것일 거라고는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도 심상치 않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퇴근 길 테스트기를 사가지고 와서
잠을 설치다 새벽 2시에 화장실에서 그 사실을 알고 나서는 통곡을 했고,
너무 억울한 나머지 남편을 흔들어 깨우고, 내 인생 책임지라며 악다구니를 펼쳤다.
자다 깬 남편이 처음엔 어처구니 없는 얼굴로, 그 다음엔 하얗게 질려서는 '미안해'를 연발하며
돌아 누워자던 것이 생생히 기억난다.
그게 벌써 언제야.
시경이는 태교랍시고 남편과 오글거리는 동화도 읽어주고, 동요도 맨날 듣고,
마지막에는 조산기로 일찍 휴직을 해서 집에서 자다깨다 혼자의 시간을 보냈는데
시성이는 낳기 직전에야 겨우 쉴 수 있었다. 배가 남산만 해서도 야근을 하고, 콜라도 먹고, 고기도 많이 먹고.
그래서인지. 죄책감 들게시리
시경이보다 훨씬 예민하고, 잔병치레가 잦다.
미안한 마음 반, 막내라서 귀엽고 그저 이쁘기만 한 맘 반.
바빠서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를 요즘이지만
과감히 하루 휴가를 내고 딸래미를 위해 생일 상을 준비했다.
거창하게 말한게 무색하게 상은 초라하지만, 엄마의 마음은 그렇지 않단다. 애기야
아침 일찍, 주시경과 롯데슈퍼에 가서 과자, 요구르트, 음료수, 과일 등을 사고 얼집에 보내고
돌아와 주시성을 잘 달래서 한 숨 재우고 생파를 위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데려다 줬건만.
오늘 우리의 주인공은 이렇게 울기만 한다. 옆에서 의젓하게 동생을 달래주는 주시경.
그래 역시 너는 언니야.
이쁘니 우리 딸들.
아무리 사람들이 '아들 잘 생겼네'라고 이야기 해도 아무렇지 않아.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이쁜 공주님인걸. 그래도 내년에는 머리가 더 자라서
이마를 좀 덮어주면 좋겠구나. 이 정도 바램도 너무 큰걸까?